[TF확대경] 홍준표 "유세 나서지 않겠다"…'洪 패싱' 의식?
입력: 2018.06.04 00:00 / 수정: 2018.06.04 07:25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부터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의 이번 결정은 일부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에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부터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의 이번 결정은 일부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에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새롬 기자

지방선거 후보들 '홍준표 패싱' 전략 선거 유세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부터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홍준표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4일)부터 나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재인·홍준표 대결로 고착화되고 지금은 문 대통령 세상인데 문재인·홍준표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민주당 후보는 북풍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면서 문 대통령 뒤에 숨어버리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일부 후보들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하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우리 한국당 전국 재보선 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북풍선거가 아니라 민생파탄 심판 선거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후보들의 됨됨이를 잘 판단해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리당 후보님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시도록 다시 한번 간청 드린다"고 부탁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기면 이 나라는 일당 독재 국가로 간다. 민생과 견제가 이번 선거의 본질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혜안을 나는 믿는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 대표는 표면적으로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후보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 일부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가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일부 후보들이 홍 대표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당내에서 홍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홍 대표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홍 대표의 지원 유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 홍 대표가 후보자 출정식에서 서 후보와 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서병수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홍 대표의 지원 유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 홍 대표가 후보자 출정식에서 서 후보와 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첫날 홍 대표는 격전지 중 한 곳인 부산을 찾았다. 부산은 현재 서병수 한국당 후보와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광역단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오거돈 후보가 서 후보를 한참 앞서고 있다.

홍 대표는 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돕기 위해 이날 부산을 찾았다. 서 후보와 기초단체장 등 자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서 후보는 홍 대표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 차량에 오른 홍 대표는 서 후보가 보이지 않자 "서병수 시장은 다른 데 간 모양이죠?"라고 물었고, 당직자가 서 후보가 없음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도 홍 대표의 지원 유세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1일 울산 방문에도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가 동행하지 않았고, 2일 경기 유세 때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홍 대표가 시흥시와 안산시에서 유세를 하는 동안, 의왕·군포시에서 유세를 하며 동선을 달리했다.

보통 당 대표, 선대위원장이 지역에 내려오면 지역구 후보들은 서로 옆에 서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당은 '홍준표 패싱' 여론이 확산하자 "숨 고르기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당은 홍준표 패싱 여론이 확산하자 숨 고르기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홍 대표가 지난달 10일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세종시장 추대 결의식에 참석해 고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한국당은 '홍준표 패싱' 여론이 확산하자 "숨 고르기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홍 대표가 지난달 10일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세종시장 추대 결의식에 참석해 고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하지만 한국당 지방선거 출마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홍 대표 패싱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이 홍 대표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연하다"며 "죄송한 말이지만, 지역에는 오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홍 대표의 지원 유세 중단에 대해 "한국당의 수많은 후보들이 막말과 거짓 선동을 일삼아 온 홍 대표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며, '홍준표 패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3일 "홍 대표가 열심히 막말과 거짓 선동으로 전국을 뛰어봐야 별로 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다녀보면 바보가 아닌 이상 바닥 민심이 얼마나 한국당에 나쁜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면서 "실제 효과는 후보들에 대한 민심이탈만 가속화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직감한 후보들이 홍 대표의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과도한 비난에 식은땀을 흘리며 피하기 바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예정된 유세 일정 취소는 이런 점들이 모두 고려됐을 것이다. 지금 홍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막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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