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벌어졌던 '재판 거래'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새롬 기자 |
김명수, 재판거래 파문 대국민 사과…"법원행정처 인적·물적 분리"
[더팩트ㅣ이철영·김소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벌어졌던 '재판 거래' 와 관련한 사법행정권 남용 특사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각계의 의견을 모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행정권 남용이 자행된 시기에 법원에 몸담은 한 명의 법관으로서 참회하고,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 비참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사법부의 과오와 치부를 숨김없이 스스로 밝혀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모든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별개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11월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관련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 /더팩트DB |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해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조속히 시작하겠다"면서 "또한 법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 법관들이 인사권자나 사법행정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법원 내·외부로부터의 법관독립 침해시도에 대응하는 가칭 '법관독립위원회'의 설치,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윤리기준의 구체화는 즉시 추진한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재판에는 누구도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존립의 근거가 없고 미래도 없다"며 "사법부는 향후 국민들께서 주시는 모든 채찍을 달게 받으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구현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편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11월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내용과 함께 협조 사례로 'KTX 승무원 해고 사건'과 '키코(KIKO) 사건', '긴급조치 9호 배상 판결' 등이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