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7시부터 청와대 춘추관 출입 기자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청와대=오경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배경 및 향후 전망 직접 발표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27일 오전 7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춘추관 2층 브리핑룸 앞바닥에 '줄'이 생겼다. 노트북, 가방들이 일렬로 섰다. 3시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조금 더 가까이 앉기 위한 취재진의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전날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예고 없이 만났고, 포옹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막 살아나던 시점에서 양 정상 간 '깜짝 회담'에 국내외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춘추관은 치열하게 그리고 분주하게 돌아갔다.
◆ 긴박했던 靑 시계 "꿈인가 했다"…출입제한·검색·탐지견까지
문재인 대통령 전날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는 6월 12일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1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27일 문 대통령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발표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조용했던 주말 국내외가 발칵 뒤집혔다. 토요일이었던 26일 오후 7시 50분(미국 시간 오전 6시 50분), 청와대는 출입 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사실'을 발표했다. 극비리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담 성사 과정과 배경 등에 대해 함구했고, '문재인 대통령 27일 오전 10시 춘추관에서 회담 결과 발표'를 공지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당일 오후 8시 26분부터 출입을 제한했다. 다음 날인 27일 일요일의 춘추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제 회담 발표 공지를 받고 꿈인가 했다" "저녁을 먹다가 박차고 일어났다" 등등. 출입 기자들은 전날 긴박했던 상황을 주고받으며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을 전망했다.
오전 7시 37분께 청와대 경비대(101경비단) 소속 7여 명은 금속탐지기(MD)와 엑스레이(X-ray) 검색대 설치를 완료했다. 탐지견도 등장했다. 점차 줄은 길어졌고, 8시 30분이었던 입장시간은 30분 당겨졌다.
◆ 회담 성사 배경은…文대통령, 예정과 달리 질의응답까지 받아
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후 예정에 없던 일문일답을 받았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열렸던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결과 브리핑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브리핑룸은 만석이었다. 오전 9시께 기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대기했다. 연단 좌우로 태극기와 청와대 휘장 깃발이 설치됐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갖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사실상 1년 만이었다. 취임일이던 지난해 5월 10일 처음으로 춘추관을 찾아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19일, 21일 각각 주요 인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측은 당초 문 대통령이 회담 결과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문 대통령이 직접 질의응답을 하신다"고 재공지했다. 이윽고 오전 10시께 연단 왼쪽에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이 입장해 자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문 대통령은 '깜짝 회담'이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발표 시점을 하루 늦춘 것도 김 위원장의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차 남북회담 성사 과정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오는 6월 12일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1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벼랑 끝 기사회생한 북미정상회담…늦출 수 없는 긴장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후 기자들과 악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의 회담 결과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 요청이 쇄도했다. 주로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의중,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사후 소통 여부 등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며, 오히려 비핵화 후 체제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중재자'란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정상회담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단계적 혹은 동시적 비핵화 등에 대한 내용을 말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제 비핵화에 대한 뜻이 같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 그 로드맵은 양국 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로드맵에 대해선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라 제가 앞질러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시 20분'.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왔다. 로열 석을 차지한 맨 앞줄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비슷한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북미정상회담 재성사를 공식화했다. 지난 24일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지 3일 만이다. 벼랑 끝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6월 12일' 그날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전 65년, '한반도의 봄'은 역시나 쉽게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