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취소] '변덕' 트럼프…돌연 맘 바꾼 '진짜' 이유는?
입력: 2018.05.25 15:34 / 수정: 2018.05.25 17:42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北 태도' '밀고당기기 전략' '강경파 압박' 등 다양한 분석 나와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돌발적이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회담 소식을 깜짝 발표한 지 불과 2주 만의 변심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익히 드러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충동적이고 다혈질적이며 변덕스럽고 성미가 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북미 관계 관련 그의 발언과 결정 등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 4월 말엔 "북한과 만남이 5월 중으로 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후 별다른 얘기가 없다가 지난 10일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갑작스럽게 알렸다. 또 이번엔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그의 즉흥적 성미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이번 회담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최근 북한이 성명 등을 통해 미국에 지속적인 비판을 가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표면적으론 최근 북한이 미국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것을 이유로 내걸었다. /국회사진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표면적으론 최근 북한이 미국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것을 이유로 내걸었다. /국회사진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최근 수 개월간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열렬한 적대감에 기반해, 슬프게도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번 회담이 열리기엔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 펜스 부통령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등 비판을 쏟아낸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먼저 트럼프가 자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는 관측이다. 애초 미국 내에선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평화 기조에 대한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정상회담 취소가 본인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듯한 뉘앙스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애석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Sadly, 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 Meeting in Singapore with Kim Jung Un)"고 썼다.

여기서 '~하도록 강요당했다(be forced to)'는 뜻의 수동태를 사용해, 마치 누군가로부터 취소를 강요당했다는 듯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라고 적어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한다.

일각에선 미국 측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여건을 아직 조성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더팩트 DB
일각에선 미국 측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여건을 아직 조성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더팩트 DB

아울러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취소해야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회담 취소 결정 이후 그 이유에 대해 "회담 성공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여건을 아직 조성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면 회담 취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종의 '밀당'(밀고 당기기)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에서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없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 북한은 이날(25일) 미국에 자세를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밝힌다"고 했다. 김 부상은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 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북한의 태도가 미진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가운데 협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 것이다. 전략적으로 일종의 '밀당'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처음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안일한 생각으로 불쑥 회담을 받았던 것 같다. '북한도 예전과 달리 바뀌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막상 협상을 하다 보니 북한이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여전히 북한은 예전과 같이 자기들 식대로 챙길 것을 챙기고 자신들이 시간을 벌어가며 핵무장으로 가려는 것 같다는 의심을 트럼프 대통령이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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