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북·미정상회담 취소 트럼프 "맘 바뀌면 연락" 여지 남긴 이유
입력: 2018.05.25 01:50 / 수정: 2018.05.25 09: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文대통령, NSC 소집…靑 "트럼프 대통령의 뜻 의미 파악 중"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청와대도 트럼트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분주해졌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서신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당신(김 위원장)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근거로, 오랜 기간 계획해온 만남은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라며 최근 북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회담이 (북·미) 양국 모두를 위해서, 하지만 세계에는 해가 되겠지만, 열리지 않을 것을 이 편지로 전하는 바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것은 더욱 엄청나고 강력합니다. 신에게 그걸 결코 사용할 필요 없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라며 정상회담 취소와 함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지 불과 이틀 만이며, 북한은 이날 지난달 20일 약속한 대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해 폐기한 상황이라 더욱더 회담 취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배경에는 우선 최근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험악한 말을 한 것은 '최후의 결정타'(LAST STRAW)였고, 이것이 회담 철회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에는 최근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 말미에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없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주십시오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국회사진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에는 최근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 말미에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없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주십시오"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국회사진취재단

북·미는 최근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리비아 모델'로 격돌했고, 이 과정에서 양국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에 대해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며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 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 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신에서 "당신(김 위원장)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최근 북한의 강경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를 알리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향후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에서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없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주십시오"라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애석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하도록 강요당했다(be forced to)는 뜻의 수동태를 사용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애석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하도록 강요당했다(be forced to)'는 뜻의 수동태를 사용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정상회담 취소가 본인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애석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Sadly, 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 Meeting in Singapore with Kim Jung Un)"고 썼다.

여기서 '~하도록 강요당했다(be forced to)'는 뜻의 수동태를 사용해, 마치 누군가로부터 취소를 강요당했다는 듯 "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라고 적어 다양한 해석을 낳게 했다.

백악관 관계자가 "대화를 위한 백 채널은 여전히 열려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먼저 그 수사(RHETORIC)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것도 미국의 대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하면서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뜻에 따라 회담 취소를 수용할지, 회담 개최를 다시 추진할지를 결정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근 억류했던 미국인 세 명을 풀어준 것에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폐기했지만, 회담이 취소되면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한편 청와대도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분주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조명균 통일부·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긴급 소집, 대응책을 논의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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