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MB 재판 진풍경,'김백준 치매'? '장외 변호인 이재오'?
입력: 2018.05.24 00:05 / 수정: 2018.05.24 06:48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MB "이건희면 몰라도 이학수를 데려오나"…측근들에게는 일일이 눈인사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첫 재판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직접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얻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자신을 보기 위해 자리한 측근들에게 눈을 맞추는 등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또 대법정 417호에 강훈·최병국 등 4명의 변호인이 있었다면, 재판정 밖에서는 '장외 변호인'이 있었다. 이재오 전 의원이다. 그는 심경을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측근들과 달리 "검찰의 공소사실이 부실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 MB "어디서 삼성 부회장이…." 김백준 정신과 진료기록 요청

이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과 날선 공방을 벌인 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이름이 언급되면서다. 김 전 기획관은 'MB 집사'로 잘 알려졌으나 검찰 수사를 받으며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인물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미국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의 변호사를 통해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던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기획관은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자신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이 검찰 진술 내용이 거론됐고,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디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김백준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들어와서 대통령을 만나느냐"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2일 보석 석방됐다. 사진은 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김 전 기획관. /남용희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2일 보석 석방됐다. 사진은 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김 전 기획관. /남용희 기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법원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김 전 기획관의 건강성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료 내역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기획관이 치매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검찰에서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김 전 기획관은 건강이 좋지 않고, 혐의를 인정한 것들이 고려돼 지난 2일 보석 석방됐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의 의무기록을 확인하면 그의 거처가 드러난다며 거부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그런 것은 관심 없다"며 의무기록 확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짧은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마디 해도 되겠느냐"며 발언 기회를 얻은 후 재임 시절 삼성 관계자를 청와대로 부른 적이 없다며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김 전 기획관을 가능한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지만, 나는 보호하고 싶은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김 전 기획관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데리고 와 나를 만나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은 대한민국 기업인을 본관에서 만난 적도 없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들어왔다면 모르지만 이 부회장이 갑자기 오는 건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소송비 대납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이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와 관련해서도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는데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검찰이 그렇게 공소장에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피고인이 그렇게 말하면 저희도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만하겠다. 내가 지금 검찰에게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재판 적극형' MB…이재오,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건강 걱정

이명박 전 대통령 첫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오 전 의원. /문병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첫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오 전 의원. /문병희 기자

이날 법정에는 이 전 대통령의 세 딸을 비롯해 이재오 전 의원,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고흥길 전 특임장관, 백용호 전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재판을 방청했다. 법정 앞쪽에 앉아 있던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이 그들의 앞을 지날 때마다 일어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일일이 눈길을 주며 아는 척을 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스 혐의와 관련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중간중간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7시 10분께 재판이 모두 끝나자 변호인들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방청객 앞줄에 일렬로 앉은 측근들에게는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이라고 말하며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재판 중간 휴정이 몇 차례 있었다. 이때 이 전 의원은 재판 휴정 중간 기자들 앞에서 '장외 변호인'을 자처하며 "검찰이 제시한 공소장을 보면 누가 어디로 줬는지 전혀 특정되지 않는다"며 "추정은 할 수 있으나 성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나는 감옥에서 10년 살았고 다섯 번이나 구속이 돼서 아는데 검찰의 공소사실이 상당히 부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당 수치가 아주 높다"며 "잠을 못자고 식사를 못하니 건강이 좋을 수가 없다. 얼굴이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진행 예정이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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