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확신'보다 강력한 '의심'과 유권자의 중심 잡기
입력: 2018.05.24 04:00 / 수정: 2018.05.24 04:00

정치권이 오는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댓글 여론 조작 당사자인 드루킹 김 씨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던 당시./남윤호 기자
정치권이 오는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댓글 여론 조작 당사자인 '드루킹' 김 씨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던 당시./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의심'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의혹'은 의심하여 수상히 여김, 또는 그런 마음, '의문'은 의심스럽게 생각함, 또는 그런 문제나 사실을 말한다.

'의심' '의문' '의혹'의 사전적 의미이다.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세 단어가 최근 정치권을 보면 계속 입안과 머릿속을 맴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진영을 향해 쏟아지는 날선 비판들 탓이다. 물론 네거티브라는 고상한 표현처럼 쓰이는 험담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제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로 여야의 정치 주도권을 결정할 수 있는 선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매일 각 진영을 향해 쏟아내는 날선 단어들의 진짜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최대치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매일 같이 내놓는 발언 취지는 각 진영을 향한 '의심'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관해, 또는 유력 후보자와 관련한 '의심'으로 시작해 국민에겐 '의혹' 내지는 '의문'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의혹과 의문은 결국, '의심'에서 시작하는데 매일 같이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진짜'라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으로 귀결되고 만다.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오른쪽). 최근 남 후보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더팩트DB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오른쪽). 최근 남 후보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더팩트DB

선거를 이기기 위한 필승의 방법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심리전'이다. 작은 흠결 혹은, 있지도 않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면 어느새 이는 '의혹'이 있는 것처럼 커지다가 끝내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으로 나름 생각한다.

지금 정치권이 매일 같이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는 사건들 '드루킹'과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의 관계,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욕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면 할수록 평소 애매한 입장이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선거 전략이 과연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 적용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는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유는 선거 때면 표를 얻기 위한 일종의 전략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유야무야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댓글 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일명 드루킹(49, 김 모 씨)은 한 언론사에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관련한 내용, 수사의 문제점 그리고 자신의 심경을 적은 편지를 보냈다. 보도가 나간 후 여론은 어떻게 됐을까. 여야 정치권은 금세 이 보도 내용을 인용해 의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유권자들은 어떨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 김 후보를 좋아하고 민주당 당원인 지인에게 물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책선거보다는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작업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책선거보다는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작업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이제는 좀 헷갈리는데. 뭐가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 김 후보를 믿고 있는데 그 또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에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인가 싶다."

지인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영화 <다우트(Doubt)>에서 플린(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신부의 "의심이란 녀석은 확신만큼 강력하고 지속적입니다"라는 대사를 떠올려 본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 군의 취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의혹은 커졌고, 유권자들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러나 선거 후 드러난 진실은 '제보 조작 사건'이었다. 당사자들은 현재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런 이유로 오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는 '의혹'이 '의심'으로 끝나는 문제제기가 아니라 '의혹'이 '진실'로 확인될 수 있는 그런 문제제기였으면 한다. 자신이 궁금하다고,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한다고, 확인하지도 못할 의혹을 제기하는 소모전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의혹의 당사자도 '사실무근'이라는 틀에 박힌 해명이 아닌 보다 솔직하고 명확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의 목적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것으로 안다. 따라서 의혹을 제기하는 그 전제에는 네거티브나 '아니면 말고'로 그치지 않을 것을 주문해본다. 이런 전제가 지켜지지 않으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흐리게 해 국민을 불행하게 할 뿐이다. 아무튼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 국민의 중심 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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