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12분 발언' MB "삼성한테 뇌물 수수? 충격이고 모욕"
입력: 2018.05.23 15:41 / 수정: 2018.05.23 16:39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갑 없이 양복 차림…연거푸 마른 기침하며 '혐의 부인'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 위해 봉사와 헌신하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110억 원대 뇌물 수수와 약 350억 원의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법정에서 처음 입을 열었다. 마른 기침을 내뱉으며 약 12분간 원고를 읽어가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며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16개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오후 1시께 법원 청사에 도착해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호송차에서 내렸다. 그는 수의가 아닌 짙은 색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은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고인이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잠시 떨어졌던 '수인번호 716번' 표식은 다시 부착했다.

다만 지난달 2일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수갑을 차지 않았다. 이는 '수용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내부지침'이 개정되면서 노인, 여성, 장애인, 도주의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 등에 대해서는 구치소장의 판단에 따라 보호장비를 완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 직후 이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 대부분의 좌석을 채운 방청객들의 시선도 그를 향해 쏠렸다. 법원 경위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삼엄하게 감시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 재판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 재판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이날 법정에는 이 전 대통령의 딸을 비롯해 이재오 전 특임장관,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자리했다. 검찰에서는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 8명이 출석했고, 변호인 측에서는 강훈·최병국 변호사 등 4명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구속된 후 62일 만에 공식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40분간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변호인이 반박하는 취지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 전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 17분께 자리에 일어나서 직접 작성한 서면을 낭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기소 후 재판을 거부한다는 비난이 많았으나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지금까지 총 3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모두 단 한 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저랑 밤낮 없이 일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다르게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건 가족이나 본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여전히 부인했다. 특히 검찰이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 그룹에서 대신 납부한 의혹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이라는 명백한 대가가 주어진 뇌물'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하고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구 받았고 정치적 위협이 있었다"면서도 "국익을 위해 삼성의 회장을 사면한 것이 아닌 IOC 위원인 이건희를 사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2시 28분께 마무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수차례 기침을 내뱉고 물을 마시는 등 힘겨운 표정으로 서면을 읽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정식 재판 시작 전 약 3분간 언론의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사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ks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