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은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갖고 오는 6월 12일 열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더팩트DB |
文대통령, '25일' 남북고위급 회담 등 남북대화 재개 관측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 외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답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3일(한국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미 사이 간극을 좁히는 데 힘썼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 보상책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단독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알파(α)'의 보상책을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리비아식 해법(일괄타결)' 등 비핵화 허들을 높여온 미국에 강력 반발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경제보상' 방식을 바란다.
회담 결과는 일단 긍정적 기류로 읽힌다. 양 정상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 단독회담 직전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은 물론 한중일과 함께 북한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일괄타결이 좋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신 적도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라는 것은 결국은 체제 보장에 대한 부분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체제와 관련된 체제 보장과 안정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앞서 워싱턴행 전용기 내에서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99.9%"라며 "다만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북미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청와대 측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열자는 데에 대한 이견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제 시선은 최근 주춤한 남북 관계 개선 여부로 쏠린다. 문 대통령은 한미 회담에서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오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은 맥스 썬더 훈련을 이유로 지난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관측에 대해 '훈련이 그때 끝나기 때문인지, 일정한 계기 또는 실무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고, 다만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서 문 대통령께서는 '25일 이후에 여러 가지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부분들이 풀려나갈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계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오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북한은 당장 이렇다 할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같은 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취재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뒤늦게 접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접수를 하지 않아 우리 측 기자단은 기다리다 귀국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우리 측 기자단이 성남 공항에서 '12시 30분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원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오는 25일 전후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 전화) 개통 가능성도 주목한다. 남북 간 핫라인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에 각각 설치됐으나 아직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렇게 바로 분위기가 바뀔지 잘 모르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회담을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24일 새벽 서울공항으로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