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새 정치는 죽었다" 사퇴 행렬…'안철수 사당화' 논란 증폭
입력: 2018.05.19 00:05 / 수정: 2018.05.19 00:05
서울 노원병 재보선 공천부터 시작했던 바른미래당 공천 갈등이 서울 송파을 재보선으로 확산됐다.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학원가를 찾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 /문병희 기자
서울 노원병 재보선 공천부터 시작했던 바른미래당 공천 갈등이 서울 송파을 재보선으로 확산됐다.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학원가를 찾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 /문병희 기자

노원병 이어 송파을서 터진 '安-劉' 계파 갈등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바른미래당 공천 잡음이 송파을에서 격화하고 있다.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한달 가량 앞두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당에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 전략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안 후보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급기야 당직과 예비후보직을 맡은 인물들이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며 18일 연이어 사퇴했다.

바른미래당 송파을 예비후보인 박종진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이냐"며 "당내 경선을 바로 앞두고 전략공천 운운하는 것은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서울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안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가장 무게감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내는 것이 송파을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라며 손학규 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을 공개 요구했다.

이어 "월초부터 (나는) 손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18일에도 '손학규 전략공천'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3등인 박종진 예비후보를 확정할 수는 없다"며 "(박주선·유승민) 두 대표께 (손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촉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전략공천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유 대표는 17일 제가 알기론 손 위원장 본인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유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안 후보의 신발 끈을 직접 묶어주던 당시. /남윤호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전략공천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유 대표는 17일 "제가 알기론 손 위원장 본인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유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안 후보의 신발 끈을 직접 묶어주던 당시. /남윤호 기자

유승민 공동대표 측은 이에 반발하며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박 후보를 포함한 송동섭·유영권·이태우 예비후보가 이 지역에 나란히 출마를 밝힌 만큼 경선을 치러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론 손 위원장 본인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손학규 전략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논리라면 우리 후보가 낼 데는 아무 데도 없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박 후보는 "(안 후보 측의 입장 대로) '3등 후보'를 확정할 수 없다면,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전국적으로 거의 다 3등이므로 전략공천을 모두 해야 할 것이며, 안 후보 자신도 3등 후보이므로 경쟁력 있는 인물을 찾아 (서울시장 후보에) 전략공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후보의 말대로 제가 3등 성적표를 받는다면 석촌호수에 뛰어 들겠다. 저는 당선을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어 "밀실공천, 불공정한 공천을 모략한다면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무공천이나 비민주적 전략공천이 이뤄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후보와 함께 송파을 지역에 출사표를 냈던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천이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당이) 계파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어차피 최고위원회에서 본선 경쟁력을 운운하며 또다시 전략공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선 참여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박종진 바른미래당 송파을 예비후보는 18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 요구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이냐고 비판했다. /문병희 기자
박종진 바른미래당 송파을 예비후보는 18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 요구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이냐"고 비판했다. /문병희 기자

국민의당 출신으로 안 후보의 비서 출신인 이 후보는 "노원병을 시작으로 안철수계 유승민계로 나뉘어 선거 승리보다는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실망스럽다. 원칙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공천 과정을 보며, 자괴감을 넘어 분노마저 생긴다"며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이렇게 따로 살림할 거면 도대체 왜 통합한 것인가. 현 상황은 선거연대 수준보다도 못하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5월 초부터 이미 공천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라며 "그 사실 하나만으로 원칙과 절차 모든 것이 무너졌다. 새 정치는 죽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던 진수희 전 의원도 안 후보의 송파을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하며 서울시당위원장직을 사퇴한 데 이어 박 후보와 이 후보의 입장 표명이 나오면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곪을 대로 곪았다는 지적이다.

공동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진 전 의원은 "송파을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며 "이제 더 이상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할 책임감도 동기도 다 사라져 버려, 이런 마음으로 시당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건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일뿐더러 당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사퇴의 변을 밝히고 사퇴를 선언했다"고 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진 전 의원은 이어 "어려운 조건에서도 현장에서 뛰시는 우리 바른정당 동지들께 너무나 죄송한 결정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도저히 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힘들었음을 혜량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거를 불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의 일방적인 전략공천 요구로 바른미래당은 '자중지란(같은 편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에 빠진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안 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안 후보 스스로 요구를 철회하고 수습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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