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임행곡' 부른 김성태 원내대표, 평가는 '반반'
입력: 2018.05.19 05:00 / 수정: 2018.05.19 05:00

노동운동가 출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노동운동가 출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많은 비가 내리며 '뒤숭숭'했던 이번 주는 정치권도 날씨만큼이나 '뒤숭숭'했습니다. 순조롭기만 하던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도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북한이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돌연 취소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38주년을 맞기도 했습니다. 정치권도 광주로 집결했습니다. 또, 파행됐던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몸싸움 직전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정상화됐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북한 자극' 태영호… 의도된 국회 기자간담회?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장기간 파행 상태였던 국회가 지난 14일 드디어 정상화됐습니다. 지난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동안 단식을 벌여도 정상화되지 못했던 국회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들의 사직서 처리를 앞두고 극적으로 여야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여당은 야권이 원하는 특검을 수용하기로 했고, 야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와 의원 사직서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합의까지의 과정은 고단했습니다. 한국당은 '드루킹(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의 필명) 특검' 수용 없이는 의원들 사직서 처리도 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 문 앞에 진을 쳤습니다. 몸싸움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여야가 결국 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평화 분위기를 이어오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남북은 지난 16일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당일 새벽 북한이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한 것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취소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이었고 또 하나는 지난 2016년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행보였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저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핵폐기는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었습니다. 기념식이 열린 광주 민주묘지엔 추모를 위해 여야 정치권이 모두 결집했습니다. 참석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은 큰 감동을 가져다 줬습니다. 하지만 광주 민주화운동 때 폭력 진압을 지시하고 총 지휘한 전두환 씨는 지난해 출판한 회고록 때문에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책임을 거듭 부정하고 있지요. 최근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이번 주 주요 현안과 그 현장을 되짚어 보죠.

◆'유리 공예' 영상 보다가도 카메라만 켜지면…한국당 의원들은 '프로 농성러'?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드루킹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회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여야는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고, 농성을 이끈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가 로텐더홀 농성 도중 누워 지압을 받는 모습. /배정한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드루킹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회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여야는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고, 농성을 이끈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가 로텐더홀 농성 도중 누워 지압을 받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회가 정상화된 14일 하루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들이 오전부터 본회의장 문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날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 4명(더불어민주당 양승조·김남춘·김경수, 한국당 이철우 의원)의 사직서 처리 시한일이었는데, 여권에선 어떻게든 사직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특검 수용 없이는 절대 사직서 처리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날 사직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들이 사퇴한 지역구는 올해 재보궐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야 모두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서 자칫하면 몸싸움까지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우려가 컸습니다.

-문 앞 상황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좀 재밌는 장면들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처음엔 의원 보좌진들이 문 앞을 가로 막고, 또 그 앞에 의원들이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보좌진까지 동원해 어떻게든 본회의장이 열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문제가 될 뻔했습니다.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국회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있고요. 게다가 국회법에는 방금 말씀드린 '국회 회의 방해죄'를 범한 자로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보좌직원에 대해선 '당연히 퇴직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모두 국회 선진화법 개정에 따라 생긴 조항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한국당은 보좌진들을 문에서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당은 문을 막는 건 포기하고 회의 개의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도록 다른 야당을 설득하는 전략으로 작전을 변경한 모습이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그날 내내 그 앞을 지킨 겁니까?

-대부분 의원들이 저녁에 여야 합의가 되기 전까지 쭉 자리를 지켰는데요, 조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의원들이 상당히 편안한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농성을 벌일 때는 결의가 상당했는데 카메라가 꺼진 뒤에는 몇몇이 둘러 앉아 잡담을 나누는 듯한 모습도 있었고, 졸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기자가 본 어떤 의원은 '유리 공예' 동영상을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웃음) 페이스북을 하는 의원들도 많이 있었고요. 그러다가도 시간이 되면 일사불란하게 자세를 고쳐 앉은 뒤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습니다. '역시 프로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웃음)

김성태(원 안)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정례회동에서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특검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는 회동에 늦게 도착한 후 힘들어하는 모습. /김소희 기자
김성태(원 안)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정례회동에서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특검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는 회동에 늦게 도착한 후 힘들어하는 모습. /김소희 기자

-협상 중에도 재밌는 장면이 있었다면서요.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영표 원내대표를 의식한다는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네, 김 원내대표의 '나홀로' 신경전을 기자가 목격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정례회동 당시 얘긴데요, 회동은 10시 30분에 시작한다고 공지된 상황입니다. 특히 농성을 하고 있는 로텐더홀과 정례회동이 예정된 의장접견실은 위치상 아주 가까워 김 원내대표가 이동하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농성을 주도한 김 원내대표는 이날 10시 25분이 되기 전에 김무성·나경원 의원 등과 의장접견실 옆방으로 이동해 '비밀회동'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김 원내대표가 의장접견실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대표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가장 먼저 도착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한국당으로 추정되는 한 보좌진이 기자들에게 "홍영표 원내대표 도착했느냐"고 묻더라고요. 아직 안 왔다고 하자 바로 들어가서 이 말을 전달한 듯합니다. 정 의장과 홍 원내대표가 도착한 후 김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의장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여당 원내대표가 도착하면 도착하겠다는 심리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정례회동에서도 힘든 내색을 계속 내비쳤습니다. 의자에 팔을 올리고 머리를 감싸는 등의 행동을 보인 거죠. 단식 이후 공식 행사이기도 하고, 계속되는 여야 싸움에 지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만, 약속 시간은 지키고 다른 행동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 관련해선 워낙 얘기가 많습니다.(웃음) 농성을 벌이던 김 원내대표가 누워서 지압을 받는 장면도 <더팩트>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아무래도 단식 후유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대요, 아무리 그래도 농성 중에 누워서 지압을 받는 건 좀….

여야 원내대표는 긴 협상 끝에 드루킹 특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김경수 의원의 이름은 특검 내용에서 빼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여야 원내대표는 긴 협상 끝에 '드루킹 특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김경수 의원의 이름은 특검 내용에서 빼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원내대표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회의장 내부에선 별 일이 없었습니까?

-아, 이미 기사화해서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면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독서하는 모습이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독서하는 의원은 처음 봤기 때문이죠. 옆자리의 김영호 의원과 앞자리의 조응천, 박주민 의원이 뒤돌아 얘기하는데도 열심히 책을 읽더군요. 상당한 집중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다가왔을 때는 일어나 악수하더군요(웃음).

-김 원내대표와 김 의원이 악수하는 그 장면이 재미있던데요. 어땠습니까.

-이번 사태의 당사자 격인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에 모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한쪽으로 몰려있다 보니 김 의원 얼굴이 화면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 얼굴을 담기 위해서 기자들이 '흡흡'하고 헛기침을 엄청 했습니다. 이쪽을 좀 봐달라는 것이었는데 끝내 보지 않아서 안타까운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 화나게 한 태영호의 '은밀' 기자간담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한 발언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 비핵화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한 발언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 비핵화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북한이 돌연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는데요, 대체 이유가 뭡니까?

-우선 주된 이유는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입니다. 중앙통신의 보도에서 연합 훈련에 대해 '판문점 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등 비판이 강했습니다. 근데 좀 이상한 점은 훈련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북한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고요. 심지어 훈련이 시작한 이후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나 정부도 이 때문에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근데 이번 훈련이 규모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22가 8대나 한반도에 전개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북한이 놀랄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네, 바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때문입니다. 중앙통신은 보도에서 '남조선 당국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재작년에 북한에서 귀순한 태 전 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저서 출판기념 기자 간담회를 가졌는데 거기서 북한은 비핵화할 마음이 없고, 비핵화는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등 여러 가지 말들을 했습니다. 북한이 이 때문에 화가난 모습이었습니다.

-태 전 공사의 기자간담회가 좀 은밀하게 진행됐다면서요?

-신변의 위협 때문이었는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완전히 공개된 기자간담회는 아니었습니다. 사전 신청을 한 언론사만 참여할 수 있었고요, 그렇다고해서 언론사들에게 사전 신청 공지가 갔던 것도 아닌 걸로 파악됩니다. 기자도 당일 오전 몇몇 기자들이 기자간담회가 있다고 그래서 알게됐지만, 결국 가보진 못했습니다. 지나고나서 보니 그 때 기자간담회에서의 태 전 공사 발언들이 이렇게 커진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출판된 태 전 공사의 책이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인데요, 이번 일 때문에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말도 돕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를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포옹하고 있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를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포옹하고 있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태 전 공사에 대해서 의견이 좀 분분한 것 같습니다.

-여야의 입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여권에선 태 전 공사가 북에 빌미를 줬다며 질타가 나옵니다. 하지만 한국당에선 헌법적으로 자유를 갖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냐는 겁니다. 근데 여권 일각에선 한국당이 의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국회 내에서 어떤 행사를 진행할 때는 꼭 의원실이 주최를 해줘야만 합니다. 이번 태 전 공사의 기자간담회는 심재철 한국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것이었는데 심 의원이 무슨 관련이 있어서 주최를 해준 거냐는 시각이 여권에서 나오는 겁니다.

-북한과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죠. 의혹일 뿐이지만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는 등의 표현을 해온 한국당을 향해 이런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여야를 떠나서도 평화 분위기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던 국민들도 실망이 커, 태 전 공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도 시기상 한미 훈련보다는 태 전 공사 세미나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는데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한 질문에 "그건 저희들이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표면적 이유 외에도 북한의 속내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습니다.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밀당이다, 속도조절이다, 이런 여러 분석들이 나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비'와 '눈물'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고 이창현 씨 부친 이귀복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고 이창현 씨 부친 이귀복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저희도 현장 취재를 했는데, 참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 같습니다.

-네, 당시 거센 비가 왔다가 부슬비가 내리는 게 반복됐습니다. 현장에선 '유족들의 눈물' 같지 않냐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유족들이 묘역을 찾아 눈물을 훔칠 때 기자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특히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밀려오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 취재했던 사진기자 선배가 이렇게 전해주더군요. 한 노모가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면서 "내가 지금도 신김치를 안 먹는다"고 말했다고. 5·18이 일어난 1980년도에는 냉장고가 귀해 늘 신김치만 먹였던 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기념식은 어땠습니까?

-기념식은 엄숙하게 진행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묘역을 찾았고요, 여야 지도부도 참석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5000여 유족 및 시민들이 자리했습니다. 이들 모두 질서정연하게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그 중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부르냐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기념식에서 '임행곡'을 '제창'했는데, 당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관련 뉴스가 나와 아시겠지만, 김 원내대표는 '임행곡'을 불렀습니다. 노동계에서도 투쟁할 때 '임행곡'을 자주 부르죠. 때문에 현장에 있던 일부 취재진은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원내대표가 이 노래를 잘 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구색만 맞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고요. 한편으론 '부른 게 어디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연장선에서 '임행곡'을 제창할 때 여야 지도부들은 우의 모자를 모두 벗었는데요, 유독 한 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습니다. 박 대표는 홀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한 선배 기자는 '탈모'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노래가 끝난 이후에는 모자를 벗었습니다. 노래에 집중해 잠시 잊었던 것으로 추측되고요, 탈모 때문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웃음)

-작년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2017년 5월 9일) 직후 열린 37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었는데, 이번엔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 준비와 다음 달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란 시각이 있습니다. 또, 주목할 점은 '책임총리제' 구현을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힘을 싣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 말미에 "오늘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뜻깊은 기념사 였습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저도 마음을 다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고"도 밝혔습니다.

박주선(원 안)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당시 여야 지도부가 모자를 벗었던 것과 달리 혼자만 벗지 않아 탈모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광주=신진환 기자
박주선(원 안)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당시 여야 지도부가 모자를 벗었던 것과 달리 혼자만 벗지 않아 '탈모'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광주=신진환 기자

-전날(17일)엔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씨 자택을 다녀왔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전 씨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해서 한 번 가봤습니다. 전 씨 연희동 자택이야 시위도 많이 열리고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경비가 아주 삼엄합니다. 전 씨 자택이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 경찰들이 목적과 신분 등을 확인하고서야 골목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군인권센터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 씨 자택엔 직업경찰 10명과 약 80명가량의 의무경찰 1개 중대가 경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씨의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세금만 6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사실 고액체납자나 마찬가지인 전 씨가 세금 덕에 밤낮없이 경호를 받으며 지낸다는 점이 참 모순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 씨는 만나셨습니까?

-아닙니다, 사실 만나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취재를 가봤지만, 전 씨는 집 밖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주로 사람들이 전 씨 자택을 찾습니다. 전 씨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출장 부페를 집으로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식사 때가 되면 검은 세단 승용차들이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전 씨와 함께 권력을 가졌던 인사들이 대부분일 거로 추측됩니다. 이날도 전 씨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근데 아까 38주년 기념식 현장에서 내리는 비가 마치 유족들의 눈물 같다는 얘기를 하셨는데요, 기자가 전 씨 집 앞에서 철수하려고 할 때도 비가 내렸습니다. 저도 그 때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의 일들로 고통받은 이들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김소희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문병희 기자 (이상 사진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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