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쩌그는 안 와도 된디, 므더러 왔는지 모르겄네"
입력: 2018.05.19 05:00 / 수정: 2018.05.19 05:00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가 눈물을 닦고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가 눈물을 닦고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여야 지도부, 광주 집결…호남 민심 사냥

[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저짝(민주당)은 다 왔고, 쩌그(한국당)는 안 와도 된디 시간 아깝게 므더러 왔는지 모르겄네. 허허허."

광주 학동에 사는 자영업자 황모(51) 씨는 "여야 지도부의 참석 현황을 아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호남인으로서 민주당에겐 호감을, 한국당엔 지지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읽혔다. 그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불참을 꼬집었다. "광주랑 아무 연관이 없는 박원순·이재명이 여그까지 왔는디, 그 놈(안 후보)은 여그 사람들 볼 낯이 없어서 못 온 거제"라며 쓴소리했다.

여야 지도부가 18일 일제히 광주로 향했다. 이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묘역을 찾았다.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자유한국당에선 김성태 원내대표와 정태옥 대변인이 자리했다. 한국당은 전날까지 원내 정당 중 유일하게 광주 일정을 잡지 않았다가 결국,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바른미래당은 호남을 지역구로 둔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를 전진 배치했다. 민주당과 호남 적통을 놓고 다투는 민주평화당에선 조배숙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정치권이 가장 민심을 파고드는 때는 선거철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정치권이 정말 민심을 두려워할 때도 이때다. 당의 명운을 유권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엔 각 정당이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분주하다. 선거일 전까지 최대한 표심을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법정기념일은 '민심 사냥'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날이다. 특히 선거철이라면 더욱 그렇다. 각 정당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 열 일 제쳐두고 참석한다. 정당의 상징 인물이라면 의원들을 대표해 법정기념일에 참석하지만, 참석 그 자체만으로도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 5.18 유공자 가족들이 비를 맞고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 5.18 유공자 가족들이 비를 맞고 있다. /광주=문병희 기자

호남 민심은 여야 지도부의 방문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농업에 종사하는 문복남(70) 씨는 "다 선거 표 구걸하러 온 것"이라며 "요즘은 뉴스도 안 본다. 허구헌날 '깽판'이나 치고 말야. 염치가 없다"고 질타했다. 대학생 이수현(24) 씨는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고, 바른미래당은 선거를 위해 내려온 듯하다. 한국당은 찍히지 않을 정도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심성희(48·여) 씨는 "정치적 목적은 잘 모르겠고, 먼 걸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면서도 "민주당이 호남에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일부는 안 후보를 특정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주에서 온 김성호(66) 씨는 "선거 때나 당이 갈라질 때 호남에 와서 잘하겠다고 해놓고 지금은 완전 딴판"이라며 "말과 행동이 따로"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정민우(39) 씨는 "안 후보가 예전부터 호남을 품겠다고 했었는데 오늘 못 온 것은 아쉽다"며 "바쁜 일이 있어 못 왔겠지만, 박원순 시장(후보)이 온 것을 보면 의지 탓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서울시청에 열린 5·18 기념 서울행사에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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