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文대통령 "성폭행 진상 반드시 밝혀내겠다"(전문)
입력: 2018.05.18 14:03 / 수정: 2018.05.18 14:08

문재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 38주년을 맞은 18일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4일 대선후보로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모습./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 38주년을 맞은 18일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4일 대선후보로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모습./문병희 기자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다. 이는 최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불참한 대신 마음으로 광주영령들을 추모했다. 다음 달 13일 지방선거와,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 등 민감한 시국에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인 것으로 관측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내내 거의 외부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물며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입니다.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이 군용차량에 강제로 태워졌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회사원이 총을 든 군인들에게 끌려갔습니다. 평범한 광주의 딸과 누이들의 삶이 짓밟혔습니다. 가족들의 삶까지 함께 무너졌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오늘 우리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광주가 겪은 상처의 깊이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알지 못하고,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한 우리의 결의가 더욱 절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가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입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지역의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운동이다. 한국 현대사 가운데 집권세력(전두환 신군부)에 대항한 최초의 무장항쟁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1990년 제정된 광주 민주화 운동 보상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된 민간인은 사망 154명, 행방불명 70명, 상이 3193명, 기타 1589명으로 모두 5000명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사진은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배정한 기자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사진은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배정한 기자

다음은 문 대통령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메시지 전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입니다. 한 세대를 넘는, 긴 시간입니다.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이뤄낸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광주영령들을 숙연한 마음으로 추모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던 많은 시민들의 눈물을 돌아봅니다.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이 군용차량에 강제로 태워졌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회사원이 총을 든 군인들에게 끌려갔습니다. 평범한 광주의 딸과 누이들의 삶이 짓밟혔습니다. 가족들의 삶까지 함께 무너졌습니다.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오늘 우리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광주가 겪은 상처의 깊이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알지 못하고,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한 우리의 결의가 더욱 절실합니다.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가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입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월 광주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광주는 고립된 가운데서도 어떤 약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의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총격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돌봤습니다. 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우며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항해 이기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역사에 남겨주었습니다.

오월 광주로 인해 평범한 우리들은 정의를 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광주와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촛불광장은 오월의 부활이었고, 그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만큼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을 치유하는 데 무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겠습니다. 광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돌보고 서로 나누며 광주의 정신을 이뤘습니다. 그 정신이 더 많은 민주주의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의 권리, 인권과 평화, 존엄성이 일상적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뜻깊은 기념사 였습니다. 저도 마음을 다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습니다.

2018년 5월 18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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