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靑.春'일기] 북미 '밀당'에 文대통령이 꺼낸 '스킬'
입력: 2018.05.18 05:00 / 수정: 2018.05.18 11:22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전망이다./청와대 제공, 더팩트DB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전망이다./청와대 제공, 더팩트DB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봄, 연애의 계절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괜히 마음도 술렁인다. 일에 파묻혀 연애를 잊은 수많은 '누나(언니)'들은 요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드라마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연애와 일 때문에 지쳐있던 6살 연상녀 윤진아(손예진 분) 앞에 연하남 서준희(정해인 분)는 봄바람처럼 나타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서로의 심장을 움직였던 건 '밀당(밀고 당기기)'이었다. 망설이던 준희의 손을 먼저 잡았던 건 진아였고, 준희는 진아의 질투심을 유발하고자 일부러 다른 여자 사람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밀당', 이는 고도의 '스킬(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치 고무줄 같다. 당겨서 멀어지면 끊어지기 마련이고, 놓으면 가까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연애뿐만 아니다. 정치·경제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사람 대 사람과 나라 대 나라, '관계'를 맺을 때 발휘된다. 어떤 '전략'을 펴느냐에 따라 거리를 좁히거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밀당' 중이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근래 가까워진 듯했으나 며칠 새 끊어질 듯 '팽팽'하다. 자칫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15일 자정께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북한노동신문
북한은 지난 15일 자정께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북한노동신문

고무줄을 반대쪽으로 세게 잡아당긴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지난 15일 오전 9시께 남북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했던 북한은 다음 날인 16일 0시 30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15시간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여기에 미국을 향해 "일방 핵 포기 강행 시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라는 강수를 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조치는 비핵화 범위와 폐기 시점 등 '핵 담판'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확정 발표한 뒤, 미국 측은 비핵화와 관련해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앞세워 집중적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 조치'를 말해왔다.

우리 정부로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차분한 가운데 진의 파악에 주력했다. 백악관도 즉각 대응을 자제했다. 신중한 태도로 입을 닫았던 청와대는 17일 침묵을 깼다.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매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회의였으나, 긴급회의 성격이 강했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 양상이 더 노출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였다. 청와대는 다시 '중재자'로서 역할을 꺼내들었다. 핵심 키워드는 '상호존중'과 '역지사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NSC위원들은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북미 간)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쉽게 말해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다. 북미가 입장차가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나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맹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즉,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전략'이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나 북한 핵문제 갈등 등 안보 문제를 '역지사지'로 풀었다. 혜안인 동시에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스킬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같은 날 "지켜보자"고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북한과 미국은 기본적으로 '비핵화 합의에 이르는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여서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해석이다. 연애도 원래 예측불허이며, 아름다운 '봄꽃'을 피우려면 시간과 시련이 따르는 법이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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