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전망이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정상 첫 핫라인 통화 언제쯤?…22일 한미정상회담 준비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북핵 회담의 별들은 달(moon,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서 '길잡이'로 나선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핵 담판'이 펼쳐진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11일 "한국의 실용주의적 대통령이 없었다면 북·미 정상 모두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은 15일 기준 '28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문 대통령도 보폭을 넓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불거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나 "결실이 없으면 회담장에서 나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남북 정상 핫라인 통화 언제쯤…靑 "시기보다 내용 중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핫라인 통화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오후 양 정상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 대통령의 '길잡이' 전략은 북한과 미국 '투 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과의 핫라인(직통전화) 연결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성공 이후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확정되는 등 한반도 주변상황은 급변했다.
청와대 측은 지난 11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자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연결 가능성에 대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초 남북 정상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 핫라인을 개통하고 첫 통화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회담 직후 "핫라인 통화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 후가 될수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아직' 첫 남북 정상 핫라인 통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내밀한 이야기가 있을 때 하는 통화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며 "통화 타이밍보다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때가 되면 하지 않겠느냐"며 시기와 의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 정상 간 전화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에 대해 김 위원장과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끔 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 외부 일정 없이 한미정상회담 준비…비핵화 이견 '조율'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악수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동시에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한다. 14일 현재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외부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에는 스승의 날, 18일에는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미국과 북한 정상의 첫 공식 만남을 앞두고 벌어지는 한·미 간 최종 조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6일 "미리 가서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경험을 전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참모들과 숙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어떤 의제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준비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비핵화 모델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9일 김정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회동 이후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돌발 변수' 가능성은 여전하다. 앞서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하지만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원칙'을 고수해 왔다.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치권에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특히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완전한 핵폐기 완료 시점은 최대 쟁점이다. 또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보장 △북미수교 등 관계정상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지위 변화 등도 논란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친중 행보로 남·북·미 3자 구도가 4자 구도로 바뀌면서 비핵화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선 북미정상회담 성공이 최대 관건이다. 이를 변곡점으로 남북미 3국의 종전선언 및 남북미중 4국의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한반도 평화 구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날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발표와 관련해 "국민들께서 보고계시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가 양국간에 잘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우리 정치권도 부디 이 문제만큼은 한마음이 되는 정치를 국민들게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