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병원 이송부터 단식 재개까지…김성태의 '긴 하루'
입력: 2018.05.11 00:05 / 수정: 2018.05.11 00:05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8일째였던 10일,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김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 /국회=문병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8일째였던 10일,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김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 /국회=문병희 기자

김성태 "與 새 원내대표 기다려 특검 관철·국회 정상화 하겠다"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10일은 '긴 하루'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정세균 국회의장과 자신을 폭행한 김 모 씨의 부친을 만났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치료를 거부하고 5시간여 만에 단식 농성 천막에 복귀했다. 이날은 일찍부터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다가 김 원내대표가 농성장으로 복귀한 오후 찬 바람이 불어왔다.

◆오전 9시30분-정세균 국회의장 방문…"저 때문에 출장도 못 가고 죄송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 원내대표를 찾아왔다. 정 의장은 김 원내대표의 손을 잡은 채 단식 중단을 간곡히 권유했다. 정 의장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임기 마지막 날이라서 새 지도부 들어오기 전까지는 협상이 안 될 것 같다"며 "홍영표 의원하고 협상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병원에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11일 선출될 유력한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다.

대답할 기운도 없는 듯 멍하니 있던 김 원내대표는 "저 때문에 출장도 못 가시고…"라며 미안함을 표했다. 정 의장은 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캐나다와 멕시코 순방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국회 파행 사태로 인해 순방일정을 취소했다. 정 의장은 "괜찮다. 내치가 우선이다. 김 원내대표 책임이 아니다"라고 김 원내대표를 달랬다. 김 원내대표도 "그래도 정 의장이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의 부친이 10일 오전 천막 농성장을 찾아 김 원내대표에게 사과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의 부친이 10일 오전 천막 농성장을 찾아 김 원내대표에게 사과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오전 9시50분-폭행범 김 모 씨 父에 "자식 키우는 아비로서 다 이해한다"

정 의장이 떠난 직후 김 원내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 씨의 부친이 천막을 찾았다. 김 씨는 김 원내대표를 마주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김 원내대표는 "애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냐. 저도 자식 키우는 아비로서 다 이해한다"고 우는 김 씨를 달랬다.

이에 김 씨는 김 원내대표의 손을 부여잡고 "정말 미안하다. 안 받아주실 줄 알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애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도 다 있는 것 아니냐. 잘 선처받고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폭행범 김 씨는 지난 5일 오후 본청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김 원내대표의 턱을 주먹으로 한 차례 가격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오전 10시5분-의무실장 검진…단식 중단 '완강' 거부

국회 의무실장이 김 원내대표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김 원내대표는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난다"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고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손발에 감각이 없고 동맥혈전이 걱정된다는 의무실장의 소견이 있어서 강력하게 병원으로 갈 것을 권고하겠다"고 말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차기 여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그분과 큰 틀에서 다시 합의를 추진하겠다며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곧 구급차도 불렀다가 김 원내대표의 뜻이 완강해 다시 돌려보냈다고 알렸다. 김 원내대표가 "심장이 답답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견딜만하다"고 했다고 알렸다.

10일 오전 호송되기 직전 힘겨워 보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원석 기자
10일 오전 호송되기 직전 힘겨워 보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원석 기자

◆오전 11시40분-건강 악화로 병원 긴급 이송

의무실장 검진 이후 약 1시간 30분여 만에 김 원내대표는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완강히 거부하는 탓에 거의 강제로 데려가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8일 만에 단식이 중단되는 듯했다.

병원에 도착한 김 원내대표는 각종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단식을 중단하라면서 입원을 권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수액도 맞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1시-우원식 원내대표 병문안…"특검 해줘야 그만하지"

이날 임기가 끝나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병원을 찾았다. 우 원내대표는 "그만하라. 수액 맞아라. 건강해야 싸움도 하는 것 아니냐"고 말렸지만, 김 원내대표는 "(특검을) 해줘야 내가 일어난다. 마무리해주고 가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가 "어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까지 (특검) 대상으로 하자는데 그걸 어떻게 하냐"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내가 안 그랬다. 그런 얘기 난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좀 (특검) 해주고 가라. 나 정말 힘들어 죽겠다"고 호소했다.

병원에서 단식 농성장으로 돌아와 누워있는 김 원내대표를 가족들이 간호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병원에서 단식 농성장으로 돌아와 누워있는 김 원내대표를 가족들이 간호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오후 4시40분경-농성장으로 복귀해 단식 재개…"꼭 특검을 관철하고 국회를 정상화 하고 싶다"

김 원내대표는 결국, 5시간여 만에 병원을 떠나 당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국회로 돌아왔다. 장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 등의 만류에도 단식 재개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병원을 떠나며 "오늘도 기다렸지만, 내일은 민주당 새 원내대표를 기다리겠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기다리겠다"며 "저는 꼭 특검을 관철할 것이고, 5월 국회를 정상화 하고 싶다. 14일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하면 여야 간 합의에 의한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경, 국회의원 사직안 처리를 패키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식 재개 후 가족들의 간호…설정스님·유승민 대표 방문

다시 천막 속에 들어가 단식 농성을 재개한 김 원내대표를 가족들이 간호했다. 부인과 딸은 힘없이 드러누운 김 원내대표의 손발을 주무르며 돌봤다. 가족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이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설정 스님은 "건강이 제일이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위로했다.

김 원내대표가 천막을 찾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김 원내대표가 천막을 찾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도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유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병원에 있지 뭐하러 다시 왔냐"며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보는데 똑바로 뭘 할 수 있겠냐"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이제 (특검 수용) 판단하고 청와대에서도 결심을 해줘야지"라며 "내일 민주당 원내지도부 선출되면 협상해야 하니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날은 어두워졌고 찬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김 원내대표는 천막 안에서 '단식 8일째 밤'을 맞이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부터 민주당 댓글 조작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 관련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야권의 특검 요구로 여야 협상은 계속됐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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