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북미회담' 김정은 vs 트럼프 '밀당' 왜…한-일-중 셈법은
입력: 2018.05.10 05:00 / 수정: 2018.05.10 05:00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더팩트DB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더팩트DB

김정은, 美 요구 억류 미국인 풀어줘…文대통령, 전방위 중재외교 나서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차일피일 미뤄졌던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날짜가 '며칠 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완전히 정해졌다(Also, good meeting with Kim Jong Un. Date & Place set.)"고 밝혔다.

이달 중 회담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며 연일 군불 때기만 거듭해 왔다. 이는 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샅바싸움' 때문이란 분석이다. 북·미뿐만 아니라 당사국인 우리 정부와 일본, 중국 등도 숨 가쁜 외교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미국인 억류자 3명 송환'이라는 성과를 내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이 조만간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송환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이 같은 결단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매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예고'만 계속…6월? 판문점? 싱가포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 시기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3~4주 이내 회담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5월 중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지난 4일과 5일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식 발표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 때문에 6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미 정상회담의 조율을 위한 한미정상회담 개최일이 이달 22일로 확정됐고, 미국은 다음 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어서다. 장소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판문점과 중립지대인 싱가포르가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사실을 알리며, "북한과 이미 장소와 날짜를 합의했다"고 또다시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측과 무슨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이나'라는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날짜와 시간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으로 정해질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평양은) 애초에 비중있게 고려되지 않았다"며 '판문점 또는 3국이라 봐야하나'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북 후 9일 귀환길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며칠 내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시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北 압박한 美 'PVID'…김정은 시진핑 회담 '견제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3월 말 베이징에서 양 정상이 회담을 가진 모습./더팩트DB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3월 말 베이징에서 양 정상이 회담을 가진 모습./더팩트DB

공식발표가 미뤄진 데는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해석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명시하고,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했지만,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PVID'를 들고 나왔다. '슈퍼 매파(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취임식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는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기존에 미국이 강조해왔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에서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단어로 바꾼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수위를 조절해왔던 북한도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미 간 신경전은 8일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혈맹'이었던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롄에서 회동했다. 지난 3월 말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40일 만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중 밀월 관계'를 부각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됐다.

◆ 美 폼페이오 북한 급파…CVID로 선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중이며, 북한과 이미 북미회담 날짜와 장소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더팩트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중이며, 북한과 이미 북미회담 날짜와 장소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더팩트DB

북한의 움직임에 미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북미 회담의 의제 확정과 세부사항을 마무리하고자 8일(현지 시각)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한에 극비리에 급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은 이번이 두 번째로, 40일 만이다.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바 있다.

눈길을 끈 점은 폼페이오 장관의 'CVID' 언급이었다. 그는 방북행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적 표현이지만, 미국 행정부의 '미묘한 입장 변화'란 해석이 뒤따랐다. 이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카드로 내세운 전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최종 조율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방북 분위기와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송환이라는 성과로 미뤄봤을 때 그간의 난기류를 한고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북미 중재자 韓…'패싱 우려' 중·일 외교전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는 9일(현지시각)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는 9일(현지시각)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청와대 페이스북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전방위적 중재외교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도쿄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한·일·중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2년 반 만에 이번 회담이 전격 개최된 건 일본과 중국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소외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양자회담에서 북일정상회담 개최와 북일수교 구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한·일·중 3국+1' 등을 언급하는 등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3국의 해법이 각론에선 제각각인 상황이다.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병행)을, 일본은 비핵화와 중·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 납북 일본인 송환 등을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견을 조율하는 한편,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미 간 중재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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