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1년] 靑 직원은 "문 부장님" 삼청동 주민은 "이니"
입력: 2018.05.09 05:00 / 수정: 2018.05.09 05:00

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으로 탈 권위와 소통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을 직원들이 배웅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으로 탈 권위와 소통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을 직원들이 배웅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대한민국은 지난해 5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장미 대선'을 치렀다. 정국은 혼란스러웠고, 경제, 외교와 안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이양 없이, 당선과 함께 취임이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치러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명령받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취임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어느덧 1년이 됐다. <더팩트>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문 대통령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문 대통령과 함께한 지난 1년은 감동이었다"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우리 문 부장님께서 워낙 열심히 일하셔서…."

청와대 직원들 사이 '직장 상사'인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은 '문 부장님'이다. 탈 권위, 소통, '열일'을 상징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정업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청와대 본관이 아닌 비서동인 여민관으로 출근을 자처하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밥을 먹는다. 이전 정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에게도 청와대는 더 이상 '구중궁궐'이 아니다. 이들에게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나 지금에나 '친근한 이니(문 대통령의 별칭)'다.

◆ "대통령 얼굴 볼 기회 많아져"…구내식당 자율배식 '예삿일'

청와대 직원들은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으로 '대통령의 얼굴을 볼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예정에 없이 청와대 구내식당을 찾아 여러 번 점심 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식권함에 식권을 넣고 일반 직원들처럼 줄을 서 직접 자율배식을 받았다. 한 끼에 3000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12일 청와대 수송부, 시설부, 조리부, 관람부 등 기술직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처음에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하자 직원들이 믿지 못하고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여민관에서 대통령이 직원과 오찬을 같이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예고 없이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예고 없이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그러나 이젠 '예삿일'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4일에도 예고 없이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 간 소통의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고 소탈한 모습을 직원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27일 감지됐다. 이날 오전 남북정상회담 차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을 위해 직원들은 약 100m 정도의 길을 만들어 '평화, 새로운 시작'과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의 환송구호를 외쳤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직원과 가족 50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오픈 하우스' 행사를 열었고, 행사 중간에 '깜장 등장'했다.

임기 초 참모진들도 이전 청와대에 비해 좋은 점으로 '소통'을 얘기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여민관으로 옮긴 것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저희 얘기를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본관에도 집무실이 마련돼 있으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여민관으로 옮겨왔다. 참모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틑날인 지난해 5월 12일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직원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모습./
문 대통령이 취임 이틑날인 지난해 5월 12일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직원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모습./

다만 업무 강도는 세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1단짜리 기사도 다 챙겨보셔서 간혹 대변인이나 참모들도 관련해서 물으면 당황할 때가 있다"고 애교 섞인 하소연을 했다.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10분, 임종석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배석하는 '현안 점검회의'를 연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지난 1일 'YTN 뉴스'에서 '직장 상사'인 문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분들이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참 많다. 현장에 나가면 국민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고 카메라가 돌아갈 때, 안 돌아갈 때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어서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존경할 만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문턱 낮춘 청와대…주민·시민 "지난 1년 감동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다. 사진은 당시 시민들이 산책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다. 사진은 당시 시민들이 산책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선서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했다. '낮은 경호'로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고, 이는 이제 국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청와대의 문턱도 낮췄다. 1968년 1·21사태 이후 통제됐던 청와대 앞길을 반세기 만에 전면 개방했다.

8일 춘추관 인근에서 만난 삼청동 주민 50대 신 모 씨는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살았지만, 예전에는 어딘지 불편했다. 지금은 청와대가 가깝게 느껴진다"며 "이번 주말에 인왕산 산책도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취임 1년을 맞아 경호 목적상 일부 통제됐던 인왕산 옛길도 개방하기로 했으며, 오는 10일 청와대 인근 주민들을 경내로 초청해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열린 청와대' 지향으로 청와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청와대 경내 관람은 물론 방문자 센터 격인 사랑채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5~9월 기준으로 청와대 측은 "전년의 경우엔 외국인 방문객이 내국인보다 2배가량 많았으나 최근엔 내국인 방문객이 외국인 방문객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4일 사랑채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부터 취임 1년을 맞아 청와대 기념품을 신규 판매할 예정이었다. 오전부터 '이니템'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이 몰렸지만, 제작 과정에서 '표절 의혹'이 불거지며 잠정 중단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랑채 관계자는 "아침부터 100여 명 이상의 시민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취임 1년을 맞아 사랑채에서 기념품 신규 판매를 지난 4일부터 할 예정이었으나 사정 상 잠정 중단됐다. 사진은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되자 지난해 6월 29일 오전 사랑채에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이덕인 기자
청와대는 취임 1년을 맞아 사랑채에서 기념품 신규 판매를 지난 4일부터 할 예정이었으나 사정 상 잠정 중단됐다. 사진은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되자 지난해 6월 29일 오전 사랑채에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이덕인 기자

경기도 광명시에서 왔다는 30대 직장인 김소연 씨는 "문 대통령과 함께한 지난 1년은 감동이었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았을 땐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저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면서 "앞으로도 변치 않는 국민 대통령 '이니'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이틀 뒤 취임 1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초심을 지켜나가자"고 각오를 다졌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