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착] '만기출소' 정호성, 윤전추·이영선과 '눈물의 상봉'
입력: 2018.05.04 14:41 / 수정: 2018.05.04 16:23
국정 농단 사건으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이 4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근처에서 마중 나온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 뒤로 이영선 전 행정관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남부구치소=이덕인 기자
국정 농단 사건으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이 4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근처에서 마중 나온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 뒤로 이영선 전 행정관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남부구치소=이덕인 기자

'은밀히' 마중 나온 윤·이…구치소 근처 한적한 곳에서 정호성과 '재회'

[더팩트ㅣ서울남부구치소=이덕인·이원석 기자] '국정농단'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9)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이 1년 6개월 형기를 채우고 4일 오전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의 만기 출소 현장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과 발' 역할을 하고, 탄핵 후에도 끝까지 곁을 지켰던 이영선(39)·윤전추(39)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은밀하게 마중 나온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정 전 비서관과 이영선·윤전추 전 행정관은 취재진을 피해 구치소 근처에서 잠시 '눈물의 상봉'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전 5시 서울남부구치소 앞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로는 처음으로 출소한 정 전 비서관 취재를 위해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출소 시간이 가까워 오자 정 전 비서관이 걸어 나올 교도소 문에 온 시선이 쏠려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여러 국정농단 의혹에 개입한 이영선(왼쪽)·윤전추(오른쪽) 전 청와대 행정관이 4일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마중 나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덕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여러 '국정농단' 의혹에 개입한 이영선(왼쪽)·윤전추(오른쪽) 전 청와대 행정관이 4일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마중 나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윤 전 행정관 역시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이들은 노출을 우려한 듯 취재진과 떨어진 먼발치에서 정 전 비서관을 기다렸다. 두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고, 윤 전 행정관은 모자까지 푹 눌러썼다. 구치소 앞 취재진을 의식해서 신분을 감추기 위한 모습으로 보였다. <더팩트> 취재진을 제외한 현장 취재진들은 이들을 발견하지 못 했다.

문이 열리고 정 전 비서관이 나왔다. 1년 6개월 만의 출소였다. 검은 양복 차림의 그는 취재진이 몰린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이·윤 전 행정관도 멀리서 정 전 비서관의 모습을 지켜봤다. 정 전 비서관이 인터뷰에 응하는 동안 이·윤 전 행정관은 자신들의 차량에 올라탔다.

먼발치에서 출소하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다리고 있는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이덕인 기자
먼발치에서 출소하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다리고 있는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이덕인 기자

정 전 비서관도 가족이 타고 있던 다른 승용차에 탔다. 재회의 장소는 구치소 앞이 아니었다. 정 전 비서관이 탄 차량이 먼저 구치소 밖으로 빠져나갔다. 정 전 비서관이 탄 차량은 구치소 근처 한적한 곳에 멈춰 섰다. 잠시 뒤 다섯 대의 차량이 정 전 비서관의 차와 일정 거리를 두고 차례로 정차했다. 정차한 차에서 사람들이 내렸고, 10명가량이 정 전 비서관의 차량에 급하게 다가갔다. 이·윤 전 행정관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마중 나온 이영선 행정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마중 나온 이영선 행정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정 전 비서관도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며 차에서 내렸고, 이·윤 전 행정관 무리와 만났다. 감탄사가 여러 차례 들렸다. 정 전 비서관은 활짝 웃으며 한 명 한 명과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교도소 앞에서의 어두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윤 전 행정관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연신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 코를 훔쳤다. 그야말로 눈물의 상봉이었다. 이 전 행정관은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는 정 전 비서관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정 전 비서관과 이들의 재회는 짧았다. 약 5분도 채 되지 않아 이들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 모두 아쉬운 표정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다시 차에 올라탔고, 이·윤 전 행정관 무리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정 전 비서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이나 바라보던 이·윤 전 행정관 무리도 각자 차로 돌아갔다. 정 전 비서관을 보기 위해 급하게 다가갈 때보다 발걸음은 훨씬 후련한 듯 가벼웠다.

윤전추 전 행정관이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비서관을 보고 연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윤전추 전 행정관이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비서관을 보고 연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만기 출소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부 고위직 인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등 비밀문건을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형기를 마쳤지만, 국정원 특활비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남은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취재진에 "지금 나오지만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한숨을 내쉰 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막중한 책무를 맡아서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죄송하다"며 "지금 뒤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고 밝혔다. 국정원 특활비 사용처, 징역 24년을 받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결과 등에 대한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4일 서울남부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남부구치소=임세준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4일 서울남부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남부구치소=임세준 기자

한편 일명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 무면허 의료인들이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치료하도록 방조한 혐의를 받는 이영선 전 행정관은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되며 석방됐다.

윤전추 전 행정관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이 요구됐으나 불출석했고,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감형됐다.

두 사람은 정 전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세월호 7시간' 등의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중간에서 '연락책'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돼 국민들로부터 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thelong0514@tf.co.kr /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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