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질문에 정색하고 역질문하고…'조금 예민한 한국당'
입력: 2018.05.01 21:31 / 수정: 2018.05.02 09:15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의도=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의도=이새롬 기자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한국당… 무엇이 문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그렇다면 제가 반대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이뤄지는 낙하산 사장, 혹은 일부 언론인에 대한 탄압들, 이메일 사찰이나 인사 조치 등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 4월 30일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선언식)

"다시 공부하고 질문하세요." (홍준표 대표, 4월 30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

최근 취재현장에선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정색'을 하거나 답변 없이 역질문을 하는 모습을 꽤나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은 때론 정확한 이유는 말하지 않고 그저 질문이 잘못됐다며 기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4월 30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선 오전과 오후 두 번의 기자회견이 열렸고, 질의응답 순서에서 이러한 모습들이 연달아 연출됐다. 오전에 열린 건 오는 6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한국당 송파을 후보로 출마하려는 배현진 위원장의 출마 선언식이었다.

출마 선언에서 배 위원장이 현 정권의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지적한 것 관련 한 기자는 '지난 정부에선 언론탄압이 없었냐'고 물었다. 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을 인정했다는 구체적 사례도 들었다. 이에 배 위원장은 "저와는 다른 케이스이지만 '저는' 언론탄압이 없었다고 자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4월 30일 출마 선언식을 갖고 있는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 /배현진 위원장 페이스북
4월 30일 출마 선언식을 갖고 있는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 /배현진 위원장 페이스북

그러자 기자는 '본인 사례가 아니라 정권 차원에선 어땠는가'라고 물었다. 질문을 듣고 대답을 이어가려던 배 위원장은 갑자기 기자를 향해 역질문했다. 그는 "제가 반대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지금 이뤄지는 낙하산 사장, 혹은 일부 언론인에 대한 탄압들, 이메일 사찰이나 인사조치 등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는가"라고 되물었다.

다른 기자들도 지난 정부에서 언론탄압이 벌어진 구체적 사례들을 내놨다. 계속해서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배 위원장은 "정확한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른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기자가 '여론조사에서 노년층 외엔 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타개책을 갖고 있나'라고 묻자 배 위원장은 "죄송하지만 그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얼마나 되는지 말씀해달라"고 역질문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감독을 받고 조사 방식과 대상, 오차범위, 신뢰도를 정확히 명시한다. 엄연한 데이터의 신뢰도를 그저 깎아내리는 듯이 역질문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보였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4월 30일)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별다른 설명 없이 공부하고 질문하라고 면박을 줬다. /이새롬 기자
홍준표 대표는 이날(4월 30일)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별다른 설명 없이 "공부하고 질문하라"고 면박을 줬다. /이새롬 기자

오후엔 남북 정상회담 관련 홍준표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 온 홍 대표는 이날도 역시 "이번 회담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의 입장 발표 직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홍 대표가 "이번 정상회담에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의 1조 1항에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한다'는 내용인데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민족 자주의 원칙'은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전선전략이자, 한국 내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한 기자는 "'민족자주 원칙'은 박정희 정권 당시 '7·4 남북공동성명'에도 들어 있는데 그럼 박정희 정권 때도 주사파가 있었다는 얘기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 대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공부를 다시 하고 질문하라"며 질문을 무시했다.

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공방에 대해 묻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도 "국회 비준이라는 말은 아예 헌법책을 보지도 않고 하는 이야기다. 헌법책 보고 이야기하라"며 면박을 줬다.

이날만 이런 풍경이 벌어졌던 것이 아니다. 홍 대표의 기자회견장에선 이러한 장면들이 비일비재하게 연출돼 왔다. 홍 대표는 민감한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할 때가 상당하다.

지난달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있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출마 선언식에선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기자에게 "예의가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김 후보에게 "중도 사퇴는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옆에 있던 강 의원은 "예의를 갖춰야지 중도 사퇴가 무슨 말이냐. 그게 할 말이냐"고 했다.

또 지난달 여야가 '갑질 해외출장' 논란 등이 있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관련 공방을 벌일 당시 청와대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했더니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출장을 간 사례가 여야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많았다고 발표한 일이 있었다. 청와대 발표 직후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 내려와 '국회에 대한 사찰'이라는 당 입장을 내면서 분개했다.

기자들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수석대변인. /배정한 기자
기자들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수석대변인. /배정한 기자

브리핑 직후 한 기자가 '한국당 의원들 (피감기관 지원 출장)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나오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질문을 듣던 장 수석대변인은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라며 기자에게 대뜸 화를 냈다. 이 기자는 "질문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야 했다.

한국당이 이처럼 비판적 질문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언론이 정부 편을 든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한국당을 향해 유난히 심기가 불편한 질문들이 쏟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한국당을 향한 비판적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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