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문재인-김정은, 오전 회담 종료…金 "대결 종지부 찍자"
입력: 2018.04.27 12:56 / 수정: 2018.04.27 14:29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지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지단

文-金 역사적 첫 만남…'파격 장면' 나오기도

[더팩트ㅣ판문점 공동취재단·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전 세계가 양 정상의 만남에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남과 북의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29분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3개동 가운데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과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안내했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깜작 제안'에 잠시 월경해 기념사진을 찍은 뒤 손을 잡고 다시 MDL을 넘었다.

김 위원장이 화동들로부터 꽃을 전달받았다. 이후 두 정상은 국군 의장대의 사열과 군악대의 환영 연주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전통 군악대와 기수의 호위를 받으며 전통 기수단을 지나 사열단에 올랐다. 의장대 사열은 주요 국가행사 때 정상들을 비롯한 귀빈에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다만, 이번 사열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 연주나 국기 게양, 예포 발사 등이 생략되고 약식으로 치러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후 양 정상은 각 측 공식 수행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의 '깜작 제안'이었다. 행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이때 문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며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두 정상은 접견실로 이동해 잠시 사전환담을 마치고 곧장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10시 15분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모두발언권을 양보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군사분계선을 넘어보니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 쉽게 넘었다"며 "(2007년 2차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이 만나는 데)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면서 회담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오늘 문 대통령님과 좋은 얘기와 필요한 얘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문 대통령 앞에 말씀드린다"고 회담 성과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화창한 날씨를 먼저 언급한 뒤 "한반도에 봄이 활짝 열린 것 같다.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에 쏠려있다. 남북의 국민들, 또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면서 "그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남측(임종석(왼쪽 위)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김여정(오른쪽 아래)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남측(임종석(왼쪽 위)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김여정(오른쪽 아래)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면서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 대화도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오늘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관계로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못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회동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오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등 핵심 의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11시 45분 회담을 종료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 종료 직후 차를 이용해 다시 MDL을 넘어 북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은 "대결 역사 종지부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 걸리는 문제를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거란 확신이 왔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 따라올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전 회담이 마친 뒤 브리핑을 열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일정에 돌입하기 전 다시 남한으로 온다. 오후 일정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MDL 인근 '소 떼 길'에서 기념 식수와 '도보다리' 친교 산책, 오후 정상회담, 환영 만찬, 환송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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