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첫 만남을 갖는다./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의 '꼼꼼·신중' 김 위원장의 '솔직·파격'
[더팩트 |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오경희 기자] '운명의 날'이 밝았다.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역사적 순간이다. 이 장면은 남측 기자단이 월경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최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1시간 뒤, '한반도 운명'을 건 대화를 갖는다. 남북 정상은 성격, 화법, 외교 스타일 모두 상당히 대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신중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직하게 대내외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반면 다소 '대담한'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 '꼼꼼·신중' 文대통령, 뚝심 있게 '평화 외교'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은 '완벽주의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 처리에 있어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은 화가 나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전후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 구현에 중점을 뒀다. 대선 당시 2030세대 젊은 층으로부터 '명왕'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지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결단한 일은 과감하고,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유지하며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면모를 지녔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라며 "유리 그릇 다루듯 하라"고 주문했다.
남북 해빙 무드는 갑작스레 온 게 아니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전후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북핵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국내외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엔 변함이 없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란 '투트랙' 전략을 이어갔다. 한반도 운전자로서 미국과 북한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남북 대화 무드의 공을 모두 돌리고, 김 위원장은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6월께 '북미 정상회담'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중하며 뚝심 있는 대북 외교를 펼쳐왔다. 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세종실에서 제4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 '솔직·파격' 김정은, 예측불허 '반전 외교'
'백두혈통' 김 위원장의 성격은 솔직하고 대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 선수라고 한다면, '공격형'에 가깝다. 상대의 예상을 뛰어 넘은 행보로 '승부수'를 띄우는 외교를 펼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비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판했고, 북측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는 등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반전' 카드를 꺼냈다.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요청했고,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김 위원장은 복심이자 여동생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내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다.
폐막 후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대북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파견했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미국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의 물꼬가 텄다. 특사단은 방북 후 김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북미 회담을 앞두고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우방국인 중국을 전격 방문해 첫 정상회담을 갖는 등 협상력을 국제 무대에 보였다. 이때 부인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설득했다.
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은 솔직하고 대담한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달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
◆ 상반된 스타일의 남북 정상, '의외의 호흡'?
이처럼 상반된 스타일의 남북 정상은 의외로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분한 문 대통령과 '통 큰' 결단력의 김 위원장이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로 꼽힌다. 양 정상이 비핵화 합의를 어느 수준까지 명문화할지에 따라 북미 회담의 방향성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 정례화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우리 측은 회담 장소인 판문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런 만큼 회담의 합의 결과를 '4·27 선언'으로 할지 '판문점 선언'으로 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공동 발표할 합의문 명칭에 대해 "두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고 이것을 명문화하게 되면 앞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판문점 선언이 됐으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