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靑.春'일기] 남북회담 의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입력: 2018.04.24 05:00 / 수정: 2018.04.24 05:00

남북 정상회담이 23일 기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 의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얼굴을 마주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회담이 23일 기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 의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얼굴을 마주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靑 "최종 합의문, 두 정상이 만나 확정"…회담 의제·시간 '깜깜이'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남북 정상) 회담 의제와 관련해 지라시가 '센 게' 돌았다."(A 기자)

"거짓말이다. (오보도 아니고) 지라시로 기사를 쓰면 신문과 방송이 지라시가 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오전, 춘추관에서 있었던 '문답' 가운데 일부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청와대도 막바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자들 역시 '모든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등 관계부처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 오기 힘든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게 이번 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다. 관련 사안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릇, 사람들은 감출수록 더 궁금해 한다.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가 '엿보기 심리'다. 알지 못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싶은 심리다. '정보'라는 이름으로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유포되는 '지라시'도 이에 기인한다. 앞서 언급한 '지라시'는 '남북 정상회담 의제'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다소 '파격'적이다. 이를 본 일부는 "이러다 통일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지라시'이기에 출처는 없다. 진위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일순간에 유포됐다. 많은 이들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5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5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회담을 코앞에 둔 터라 더 그랬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제 조율'을 위한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양한 통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부처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정부가 한 몸으로 혼연일체가 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정 상 의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고위급 회담은 생략될 가능성이 있다. 또, 통상 남북 회담 '의제'는 회담 전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의제가 확정돼 합의문 초안까지 완성된 단계냐'는 질문에 해당 관계자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역대 두 번의 정상회담을 보면 남북 간에 의제를 조율하고 합의문이 만들어진 뒤에 정상이 사인만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며 "정상회담 자리에서 진지하고 구체적인 협상이 오갔고, 그 논의내용을 현장에서 공동선언문이나 합의문 형식으로 담아냈다는 점을 참고를 해달라"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과 회담 일정 등 역시 함구했다. 그는 "모른다. 알아도 어떻게 말씀드리겠나. 공개하기 아직 어려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지난 20일 개통)을 이용한 첫 직접 통화 시기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이날까지 의전·경호·보도를 위한 1~3차 실무회담을 가졌고, 최종 합의를 이뤘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청와대 충무실에서 환담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청와대 충무실에서 환담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3차 회담 결과, 남북은 양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으로 공식환영식과 정상회담 및 환영 만찬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측 지역에서 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했고, 판문각 북측 구역에서부터 생중계를 포함한 남측 기자단의 취재도 허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도보로 이동하는지와 리설주 여사 배석 여부, 오찬 진행 여부 등 '세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동선은요??""리설주 배석은요""오찬 여부는요" 등등 취재진의 잇따를 질의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세부 일정'은 오는 26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개할 예정"이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국내외 '돌발 변수'를 고려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최근 문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지난 12일 남북 정상회담 오찬간담회와 19일 언론사 대표단 간담회에서다. 6년 전, 문 대통령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 합의를 하면서 같은 말을 했었다. 본래는 서양 속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교관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한다. 미처 신경쓰지 못한 '작은 부분' 때문에 일 전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예상 밖의 결과를 낳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지난 3월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오른쪽)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등 특사단이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 3월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오른쪽)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등 특사단이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현재 남북 회담 '핵심 의제' 1순위는 '비핵화'로 꼽힌다. 남북 정상 간 합의에서 비핵화가 어떤 형태로 다뤄질 것인지에 따라 한반도 평화구축의 방향성도 갈린다. '5말6초'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역시 비핵화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남·북, 북·미, 남·북·미 사이'에 원론적 합의는 가능하지만, 실질적 이행을 위해선 '디테일(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변수로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 듯, 23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와 북부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핵동결 조치'로 규정했다. 이는 '비핵화 입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또 여야 정치권을 향해 거듭 협조를 구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군사적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성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권도 정상회담 기간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춰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핵과 전쟁 걱정이 없는 한반도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여야가 협력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회담에 응하겠습니다."

'숨어 있는 악마'를 넘어서야 '한반도의 봄'도 우리 곁에 온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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