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드루킹과 국정원의 '댓글조작' 같은 점과 다른 점
입력: 2018.04.19 00:00 / 수정: 2018.04.19 00:00

드루킹의 댓글 조작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과 닮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드루킹 SNS 프로필 갈무리
드루킹의 댓글 조작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과 닮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드루킹 SNS 프로필 갈무리

국정원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드루킹 혐의 추가 여부 '주목'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드루킹'(49·김 모 씨)의 댓글 조작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루 의혹에 야권은 드루킹 경찰 조사 진술에 주목했다. 드루킹은 경찰 조사에서 2016년부터 댓글을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의 이같은 주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국정원·군 기무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과의 유사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민간인 댓글 부대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해 포털사이트 및 커뮤니티 댓글 여론조작을 했고, 2010년 군 기무사령부의 기획에 맞춰 사이버사령부는 수년에 걸쳐 댓글 활동을 했다. 모두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야권은 이번 사건을 국정원·기무사 댓글 조작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문재인 정부 차원의 댓글 공작이라는 여론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6년은 19대 대통령 선거 전으로 문재인 정부 탄생에 흠집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 대선 전후 여론 조작?…드루킹, 공직선거법 위반 해당될까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일일 방문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기준 890만 명이 그의 블로그를 다녀갔다. 드루킹이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작성한 "안철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활"은 'MB 아바타'로 함축돼 많은 이들의 입을 오르내렸다.

김 씨 등은 지난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정 관련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600여 개의 '공감 클릭'을 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체적인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털기사 댓글 여론을 조작한 정황은 대선 직전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만약 김 씨 일당이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보고 체계 안에서 사이버 활동을 벌였다면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은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범위 등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청와대 모형에 밀가루가 담긴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사진은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청와대 모형에 밀가루가 담긴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경찰은 아직 댓글을 조작한 시점과 기간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모임 차원의 댓글 작업은 대선 전후"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지난해 5월 19대 대선 전후 집중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 '여론조작' 성격 차이…국정원·세금 vs 드루킹 일당·매크로

현재까지 두 여론 조작 사건은 활동 주체에서 차이를 보인다. 2012년 국정원 등 댓글 활동은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 등은 국가권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이에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다. 반면 민주당원인 김 씨 일당은 사조직이다. 경찰은 이들이 네이버의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 '위계(속임수)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한 법조인은 "이들이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활동을 벌인 것은 인위적인 여론 형성이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조작한 것과 같은 혐의가 적용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배후 세력이 특정되면 정치적 자유의사로만 판단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동원한 민간인 댓글 부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1월 30일 기소된 원 전 원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동원한 '민간인 댓글 부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1월 30일 기소된 원 전 원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활동 방식도 차이가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국정원 직원들의 능동적인 행동으로 가능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직접 댓글을 적으면서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김 씨 일당은 국정원과 달리 대규모의 조직을 동원할 수 없어 매크로를 이용해 기사나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매크로는 특정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하기 위해 짜인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사의 댓글 창에 '공감' 혹은 '좋아요'를 늘려 동의를 표하거나 '모바일 메인으로 추천'하는 방식을 통해 여론 노출을 늘릴 수 있다.

규모 차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가 지난해 발표한 사이버 외곽 팀이 2012년 한 해 동안 사용한 국정원 예산은 30억 원에 달한다.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 기간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였음을 비춰볼 때 실제 적용된 예산은 이 규모를 크게 웃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사이버 외곽 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수백 회에 걸쳐 국정원 예산 65억 원가량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았다.

김 씨와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여론 조작 활동을 한 이들은 대략 20~3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일당이 월 500만 원에 달하는 임차료와 인건비, 170여 대의 휴대전화 사용비, 전기료 등 경비 조달이 어디서 이뤄졌는지는 경찰이 수사 중이다. 김 씨는 경찰에 "경공모 회원들의 강의료를 받아 활동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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