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 영수회담에 싱글벙글 홍준표, 文대통령의 '묘수'
입력: 2018.04.15 05:00 / 수정: 2018.04.15 05:00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지난 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악수를 하며 미소 짓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지난 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악수를 하며 미소 짓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 '와글와글'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이번 주는 '김기식'에서 시작해 '김기식'으로 끝났다. 야권은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고, 청와대는 정면 대응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 한 주의 끝 무렵인 '13일의 금요일', 문 대통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월요일이었던 지난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원장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기사 쓸 게 없구나 생각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해 "해임에 이를 사유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에 대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고, 점차 여론은 악화됐다.

이어 10일, 11일, 12일…. 출입기자들은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재차 확인했다. 오전 브리핑과 풀 취재 시 관련 질문이 계속 나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갑작스런 브리핑 공지 때마다 "김기식 사임인가?"라며 긴장 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논란이 인 지 엿새째인 12일, 선관위에 4가지 사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며 강경 대응했다. 취임 초 낙마한 고위공직자인 경우, 여론 악화에 자진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터라 출입기자들의 질문 공세도 뜨거웠다. 일부 기자들은 "갈 데까지 가겠다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3일엔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 "위법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사임 카드'를 꺼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청와대의 대응을 놓고, '정공법'과 '출구전략'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야권의 정치 공세에 물러나는 모양새보다 객관적 판단에 따른 자진 사퇴로 퇴로를 연 것이란 시각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런 가운데 같은 날인 13일 청와대는 또 한 번 술렁였다. 오후 2시 32분께 돌연 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곧바로 확인 요청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보다 국회에서 사실 확인이 빠르게 이뤄졌다. 비공개로 진행한 뒤 '사후 브리핑'을 하려던 청와대는 회담 시간 12분 후에야 공지했다.

출입기자들의 안테나는 '김기식 거취'로 쏠렸다. 문 대통령이 '김기식 사태'를 수습하고자 홍 대표를 만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회담을 먼저 제안한 쪽이 문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오는 4월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췄고, 김 원장 관련 대화는 85분간 회담 시간 동안 단 1분 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의 질의도 "왜 갑자기 오늘 만난 것이냐"며 회담 제안 이유를 물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남북 회담 등) 중요한 시기이기에 제1야당 대표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담 직후, 회자된 것은 홍준표 대표였다. 홍 대표는 그간 '단독 회담'만을 요구하며 여야 5자 회동은 거부했었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소원성취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공개된 회담 사진에서 '강경파'인 홍 대표는 활짝 웃으며, 문 대통령과 손을 잡았고, 고개를 깊게 숙여 문 대통령에게 인사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제1야당으로서 입지를 인정받고 싶어하던 홍 대표의 단독 회담 요구를 수용해 체면을 살려주며 달래는 묘수를 시의적절하게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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