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보물' 승격한 '청와대 미남석불', 그가 '웃픈' 이유
입력: 2018.04.13 00:00 / 수정: 2018.04.13 00:00

청와대 관저 뒤편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석조여래좌상이 12일 국가문화재(보물)로 승격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석불에 대한 정밀분석을 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는 모습./청와대 제공
청와대 관저 뒤편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석조여래좌상'이 12일 국가문화재(보물)로 승격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석불에 대한 정밀분석을 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는 모습./청와대 제공

文대통령 지시로 국가문화재 가치 재평가…원 위치·이전 문제 등 관건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 관저 뒤편에 자리 잡은 이른바 '미남석불(美男石佛)'이 12일 국가지정 문화재(보물)로 승격됐다. 9세기경 통일신라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석불의 명칭은 '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이다. 높이 110cm의 석불은 수려한 외모 때문에 '미남석불'로 불려왔다. 1974년 지방문화재(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된 이래 44년 만에 국가문화재(보물 19777호)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 위치한 석불좌상을 국가지정 문화재(보물)로 지정하기로 했다"며 "이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참모들과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1974년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평가 해 보라는 말씀에 따라 서울시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문화재로서 가치를 정밀 검사·심의했으며, 지난 2월 8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지난 2월 21일~4월 11일까지 지정 예고 고시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보물로서 효력은 관보 게시 시점부터 발생한다.

이 석불은 편단우견(偏袒右肩, 한쪽 어깨 위에 법의를 걸치고 다른 쪽 어깨는 드러낸 모습)을 걸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왼손을 무릎 위에 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손 모양으로, 석가모니가 수행을 방해하는 모든 악귀를 항복시키고 깨달음에 이른 경지를 상징)의 모습이 석굴암 본존상을 계승한 형태이며, 당당하고 균형 잡힌 신체적 특징과 조각적인 양감이 풍부해 통일신라 불상조각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미남석불'은 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이 석불은 본래 신라의 왕경인 경주에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서울로 반출됐다. 1912년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환심을 사려던 일본인 경주 유지 고다이라 료조가 서울 남산 기슭의 총독관저로 진상했고, 1939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현재 청와대 경내 관저 뒤 북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석조여래좌상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평가 해 보라고 했을 당시 촬영한 전경./청와대 제공
지난해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석조여래좌상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평가 해 보라고 했을 당시 촬영한 전경./청와대 제공

관저 일대는 청와대 경내에서도 보안등급이 가장 높아 참모진조차 함부로 접근이 어렵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문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석불의 가치도 재평가 받기 어려웠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치 입지상으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그런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예전에 문화재에 대한 가치나 그런 걸 생각하셨던 방증이라고 본다. 어느 날 느닷없이 보고 재평가하라는 건 아니고, 불상이 여러 가지 문화재적인 가치가 남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금부터'란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국가문화재 승격 사실이 예고되자, '석불 이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원 소재를 두고서 갑록을박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불상이 경주에서 온 것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인 사찰 터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1917년 '조선고적도보'에는 해당 석불을 '경주 남산 석조석가여래상'으로 지칭한다.

무엇보다 '미남석불'에는 탈(脫)권위와 일제 잔재 청산, 종교계 갈등의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 경주 시민사회에선 돌려달라고 주장해 왔으며, 일각에선 차라리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 차원에서 국립박물관에 전시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확하게 어떤 형태로 불상이 있다가, 어느 경로로 여기 왔는지 과정을 다 확인한 다음에 원 위치로 보존장치해서 문화재로서 존속시키는 건 다음 문제 아닌가 한다"며 "현재로선 문화재로서 가치적 평가, 오래된 우리 고유의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다. (위치나 이전 등) 그런 문제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서, 한 번 그런 시점이 되면 의견들을 모아볼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앞으로 문화재청 협조를 통해 석불좌상의 백호 및 좌대 등 원형 복원과 주변환경을 고려한 보호각 건립 등 보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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