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이 상임고문을 충남도지사 후보로 추대했다./문병희 기자 |
"예상 득표율 낮은데 전략 있나" 묻자 "질문 바꿔달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제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하는 건 아니니까…."
'피닉제(불사조+이인제)'로 불리는 이인제(70)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는 자신을 향한 '곤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6·13 '충남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적을 여러 번 옮기면서도 '6선'에 성공했던 그다. 그래서 이 후보의 행보를 정계 안팎에서도 주시했다.
이 후보의 답변은 '본 무대' 뒤에서 나왔다. 국회 정론관에서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그는 기자들과 백그라운드 브리핑(질의응답)을 가졌다.
"현재 예상 득표율이 낮은데 후보가 됐다. 전략이 있습니까?" (A 기자)
"질문 요지를 모르겠다. 질문을 바꿔달라." (이인제 후보)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질문에 대한 부연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질문을 바꿔달라'며 답하기를 사실상 거부했다.
해당 기자는 다시 질문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소속을 먼저 말하고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는 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당이) 제게 무거운 짐을 안겨줬다. 이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정치 경험에서 단련된 역량을 다 바쳐 반드시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병희 기자 |
결국 기자는 "경기도 지역 신문 소속"이라고 밝혔지만, 이 후보는 "제가 경기도지사를 출마하는 건 아니니까…. 다른 분이 질문해달라"고 말했다. 출마 지역과 상관 없는 질의였기에, 정황 상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회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국회 정론관은 전국 각지 언론이 모인 곳이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태도를 놓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떠올리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묘하게도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더 있다. 이 후보와 홍 대표는 모두 사법시험을 통과해 법조인으로 일한 바 있다. 이 후보는 판사, 홍 대표는 검사 출신이다. 또 각각 경기도지사, 경남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했다. 당 후보로 대선을 치르기도 했다.
어찌 됐든, 6선 경력의 이 후보는 이번 선거 승리를 자신했다. "당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당이) 제게 무거운 짐을 안겨줬다. 이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정치 경험에서 단련된 역량을 다 바쳐 반드시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모든 공직자들과 함께 혁신과 도전의 길에 나서 성공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각오"라며 "충청인들의 자긍심을 자산 삼아 충청을 자유와 존엄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겠다"고 했다. 그가 과연, '피닉제'의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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