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당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 재판 중계 처음…"공공의 이익 위해"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오는 6일 열리는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가 피고인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TV로 볼 수 있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하급심 중 처음으로 TV로 생중계 된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오는 6일 오후 2시 10분부터 열릴 박 전 대통령 선고공판의 중계방송을 허가한다고 밝힌 이유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서 예외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정 내 질서유지 등을 고려해 법원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를 개정하면서 재판장 결정에 따라 주요 사건 1·2심 판결 선고 중계방송이 가능해 졌으나, 실제 시행된 사례는 없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2항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때에 한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허가한다고 예외규정을 뒀다.
앞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1·2심과 최순실(62) 씨 국정농단 1심 선고 공판이 TV 생중계 첫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피고인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 법원 역시 이들 선고에 대해 "피고인들이 잃을 사익이 공익보다 크다"는 취지로 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고 공판에서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효균 기자 |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예외 규정에 해당된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자필로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공의 이익'에 무게를 뒀다. 박 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영향력 등을 고려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중계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고 장면이 생중계로 방송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 출석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법원이 자신의 구속기한을 연장한 데 반발하며 지금까지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추가로 기소된 국정원 특활비 사건이나 공천개입 사건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구치소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5개월 넘게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법원이 지정해준 국선 변호인들과 접근도 하지 않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인권 등을 고려해 피고인석 촬영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법정 내 질서 유지 등을 고려해 언론사 카메라가 아닌 법원 내 자체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해 외부에 송출하기로 했다.
검찰은 2월 27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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