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 제주 4.3 추념식 참석…"국가폭력에 사과"
입력: 2018.04.03 11:53 / 수정: 2018.04.03 16:3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 일대에서 개최된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 일대에서 개최된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4.3의 명예회복은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12년 만에 대통령으로 참석해 유족들과 제주도민을 위로하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후보자 시절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문재인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 4·3 평화공원 일대에서 개최된 국가추념식 추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추념식에는 4·3 생존자와 유족 등 1만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를 주제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에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행방불명인 표석에 동백꽃을 올리고, 위패봉안실에서는 술 한 잔을 올림으로써 유족을 위로하고 4.3 영령을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추념식 최초로 대통령과 영부인이 함께 헌화 및 분향을 진행했다. 김정숙 여사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고 여러분과 함께 아파한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는 침묵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모일 수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감사를 표했다.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러면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념식의 슬로건은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로, 제주 4.3이 제주도에 국한된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억이자 역사로 나아가기 위한 추념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를 담은 다양한 추모공연도 진행됐다. 이번 추모공연은 4.3을 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애국가 제창을 이끌고, 애국가 영상도 제주도의 모습으로 편집해 국민의례에까지 제주 4.3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는 편지낭독을 통해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산 사람들의 고통을 전했다.

이 씨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늘 제 가슴속에 살아 계신 어머니! 굳은 신념과 열정으로 교육에 헌신하던 아버지가 4.3사건으로 끌려가 사라봉 기슭에서 총살당하시던 날 산등서이 맴돌던 까마귀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저 하늘은 기억하고 있습니다"며 "제주도 최초로 교악대를 창단하며 음악 교육에 앞장섰던 큰오빠가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바다에 수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집안의 주춧돌이 무너졌다' 그 애끊는 통곡의 소리를 저 바다는 기억하고 있습니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이어 이 씨의 "짧은 운명 대신하여 오빠의 비석 옆에 심어놓은 무궁화 시대의 아픔을 잠재우며 해마다 피어나는 영혼의 꽃. 사삼사건·예비검속·행방불명·그리고 연좌제 이 아픈 단어들을 가슴에 새긴 채 숨죽이며 살아온 70년!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마디마디 맺힌 한(恨)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라는 말에 참석자 모두 눈물을 훔쳤다.

4.3 추모곡 '4월의 춤'을 만든 가수 루시드폴의 연주에 맞춰 소설가 현기영의 추모글 낭독과 제주도립무용단의 공연이 진행됐으며, 작곡가 김형석의 연주를 배경으로 제주도민인 가수 이효리가 시를 낭독했다.

또, 가수 이은미는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특히 이번 추념식은 김형석 작곡가가 행사 전체에 대한 음악자문·편곡·연주를 맡아 행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행사의 마지막은 제주4.3 유족 50명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제주도립합창단, 제주시립합창단과 함께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해 추념식의 의미를 더 깊게했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