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살라미? 리비아식? 남북미 '비핵화' 동상이몽
입력: 2018.04.01 00:00 / 수정: 2018.04.01 14:56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비핵화 접근법과 관련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더팩트DB,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비핵화 접근법과 관련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더팩트DB, 청와대 제공

靑 "TV 코드 뽑듯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북핵은) TV 코드 뽑듯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로, 남북미는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서 온도차를 보인다. 이른바 '살라미 전술'과 '리비아식 해법'이다.

당사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살라미 전술'을 취한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들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는 살라미 전술을 이른다. 살라미는 소금에 절인 이탈리아식 소시지로, 짜기 때문에 조금씩 나누어 썰어먹는다. 이에 빗대어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를 잘게 나누어 압박하는 협상을 뜻한다. 이는 비핵화에 대한 기존 북한의 입장이다.

북핵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미국은 '리비아식 해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왔다. 리비아식 해법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을 뜻한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리비아가 핵포기에 합의하자 2005년까지 검증을 거쳐 모든 핵 물질 및 장비를 넘겨받은 뒤에야 원유수출 제재 해제와 국교 정상화를 해준 바 있다. 미국 내 '슈퍼 매파(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리비아식 해법의 전도사'로 불린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지난달 28일 자 1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기념사진이 게재된 모습./임세준 기자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지난달 28일 자 1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기념사진이 게재된 모습./임세준 기자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한국은 기존 '일괄타결' 입장에서 선회한 분위기다. 지난달 15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핵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생각한다면 그 매듭을 하나하나 푸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버리듯 더 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 해서 (대북)제재 문제 등 다른 나머지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풀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고리로 대북 제재 문제의 자연스런 해결이란 '일괄타결'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리비아식 해법에 에둘러 반대했다. 그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이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핵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폐기를 이끌어내고 동시에 북한에게 완전하고도 신뢰할 수 있으며 비가역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고 대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견해를 제시했다.

청와대는 지금은 '비핵화'라는 큰 틀의 합의가 먼저라는 데 방점을 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증과 핵폐기 이 과정은 다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걸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조금씩 밟아나간게 지난 방식이라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원칙적 선언을 함으로서 큰 뚜껑을 씌우고 그 다음에 실무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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