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변인들의 연이은 '실책'…이게 다 '홍준표 대표' 탓?
입력: 2018.03.30 00:00 / 수정: 2018.03.30 00:00
자유한국당이 장제원(왼쪽) 수석대변인과 홍지만 대변인의 논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 내부에서는 국민 감정에 맞지 않는 논평의 원인으로 홍준표 대표때문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DB
자유한국당이 장제원(왼쪽) 수석대변인과 홍지만 대변인의 논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 내부에서는 국민 감정에 맞지 않는 논평의 원인으로 '홍준표 대표'때문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DB

분열·혼란 당 상황 투영?…지도부도 대변인도 뒤늦게 주워 담기 급급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대변인들의 '실책'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당 대변인이 낸 입장이 국민에게 질타를 받고 당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온다. 또, 이를 지도부가 수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현상이 한국당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비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제원 "경찰 미친개"… 홍지만 "박근혜 불쌍" 논란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경찰을 '미친개'로 표현해 크게 비판받았다. 그는 최근 울산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과 그 측근에 대한 비리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았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권과 유착해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서슬 퍼런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다. 수위가 상당했던 장 수석대변인의 논평은 일파만파 퍼지며 논란이 됐다.
특히 전·현직 경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장 수석대변인은 지난 27일 밤 "논평이 많이 거칠었다.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날(28일) 홍지만 대변인은 검찰의 세월호 7시간 수사 결과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논평을 내 역시 논란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청와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 침실에 머물고 있었으며 보고 받은 시각 등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그동안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제기됐던 정윤회 씨와의 밀회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에 초점을 맞춰 "국민들에게 그동안 '세월호 7시간'으로 세상을 농단한 자들을 주시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의혹에 목청 돋구는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말을 받아 일본 언론은 찌라시 같은 연애 소설을 썼고, 모 의원은 있지도 않은 성형 수술을 제기해 온갖 곳을 쑤시고 돌아다녔다"면서 "세월호 7시간을 탓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태워 올린 그 많은 세력과 사람들은 무엇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시점 조작, 침실 업무 등에 대한 평가는 없이 세월호 7시간을 향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부분만 강조한 셈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대변인들이 낸 입장들이 논란이 되자 즉각 진화에 나섰다. /문병희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대변인들이 낸 입장들이 논란이 되자 즉각 진화에 나섰다. /문병희 기자

◆당 내부에서도 '비판'…지도부는 서둘러 '수습'

장 수석대변인과 홍 대변인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이날(29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친개'는 정말 심했었고 어제 홍 대변인이 낸 입장도 전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것이었다"며 "정말 안타깝고 탄식만 나온다. 당 전체의 입장을 내는 대변인들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입장들이었고 그 입장들이 보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수습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장 수석대변인 '미친개' 논평과 관련해 "대변인 발언이 좀 강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YTN 라디오에 나와 "울산 경찰청에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정치공작적인 정치경찰의 일면을 가지고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부분이 마치 경찰 전체에게 모욕감을 준 내용처럼, 본말이 전도돼버렸다"며 "그런 측면에서 저희들은 대단히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일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홍 대변인 논평에 대해선 "당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변인의 입장이 어젯밤에 나간 이후로 우리 당의 입장이 최종 조율되지 못한 그런 부분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어젯밤에 나간 대변인 논평에 대해서는 상당한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홍 대변인의 논평에서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받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수정됐다.

당 일각에선 최근 대변인들 논란이 홍 대표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병희 기자
당 일각에선 최근 대변인들 논란이 홍 대표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병희 기자

◆당 내부 혼란 투영?…"홍준표 대표 영향"

정치권에선 이번 논란이 한국당 내부 모습을 투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목소리가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있으며 내부 분열도 심각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당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들이 "홍 대표 때문"이라는 질타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에 대변인들의 문제를 보면 사실 익숙한 장면이다. 홍 대표가 취임한 이후로 반복되는 상황이다. 대표는 말하고 논란은 커지고 의원들은 수습하고 이 상황의 반복이다"라며 "홍 대표가 세운 장 대변인이 홍 대표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당 이미지만 헤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또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국민의 생각을 알고 그에 맞춰서 입장을 정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정쟁적으로만 당이 가고 있다"면서 "이러다 정말 큰 일이 터져서 지방선거 때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또 "지도부가 아닌 의원들의 목소리도 수렴해야 하는데 그게 거의 되지 않는다"라며 "그러니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최근 한국당 내부에선 '분열'의 움직임이 강한 듯하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홍 대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는 중이다.

이날 중진 의원 두 번째 간담회에 참석한 정우택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당 대표가 이러니(막말을 하니) 당 대변인도 막말을 오버해서 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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