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장제원, '미친개'라던 경찰에 한밤중 "사랑한다" 고백한 이유
입력: 2018.03.29 00:00 / 수정: 2018.03.29 00:00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27일 경찰 미친개 막말 논란에 대해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사과했다. /배정한 기자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27일 '경찰 미친개' 막말 논란에 대해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사과했다. /배정한 기자

갑작스러운 사과… 경찰 가족 등 지방선거 표 의식 때문?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경찰을 향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했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관심이 쏠린다. 장 수석대변인은 27일 대뜸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때아닌 사랑 고백에 나섰다.

장 수석대변인은 늦은 밤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논평이 많이 거칠었다.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장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 것은 최근 울산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과 그 측근에 대한 비리 수사때문이다. 장 수석대변인과 한국당은 이번 수사를 경찰이 문재인 정권의 지휘 아래 '정치보복'을 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앞서 지난 22일 논평에서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았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정권과 유착해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서슬 퍼런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비난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막말에 경찰들은 1인 시위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 한국당을 비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임세준 기자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막말에 경찰들은 1인 시위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 한국당을 비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임세준 기자

이랬던 장 수석대변인이 갑자기 태도를 전환한 이유는 과연 뭘까. 우선 '미친개' 발언은 경찰의 분노를 불렀다. 각 지역 경찰들은 저마다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항의에 나섰다. 심지어 퇴직 경찰, 단체들도 장 의원 규탄에 동참했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있는 장제원 의원 사무실 앞에선 부산지역 경찰관과 퇴직 경찰관을 중심으로 1인 릴레이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여론 악화는 경찰 내부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SNS, 언론 등에서도 장 의원 발언에 대해 각종 비판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15만 경찰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했다'며 장 수석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여론 악화는 곧장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에서 경찰의 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직만 15만 명이고, 전직까지 합치면 약 16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족까지 더한다면 그 수가 상당하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사과 전문.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사과 전문.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또, 논란이 점점 확대되면 지방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장 대변인은 사과글에서 "특히,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든 후보자들께 죄송한 마음 전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의 '미친개' 논란이 지방선거 여론까지 악화시키고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장 수석대변인의 사과에 대해 "경찰하고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현직 경찰을 포함해 그 가족들도 다 표라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 사과의 시기가 조금 늦었다고 본다"며 "문제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 해야 하는데 (사과의)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장 수석대변인의 사과 이후로도 경찰 내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28일) 장 수석대변인에 대한 경찰 관련 단체의 항의와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무궁화클럽·경찰개혁민주시민연대·민주경우회 등 9개 단체는 "경찰을 미친개로 만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후예인 자유한국당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수사를 비하하고 있다"며 "장 수석대변인은 즉각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홍준표 대표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조만간 경찰청에 장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이날 한 언론사에 성명을 내고 "울산경찰청의 정당한 수사에 대한 장 의원의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와 관련해 끓어오르는 모욕감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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