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은 렉싱턴 호텔에 간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다 28일 "기억이 잘못됐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당시. /이효균 기자 |
정봉주 고소 취하…성추행 행위 여부는 언급 안 해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봉주 전 의원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확인했다. 성폭력 의혹이 터진 이후 줄곧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한 자신의 주장이 뒤집힌 것이다.
정 전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찾으려 노력하던 중 저 스스로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의 뉴욕뉴욕 결제내역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뉴욕뉴욕'은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로 지목됐다.
정 전 의원은 "당일 저녁 제가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면서 "저 스스로의 눈으로 결제내역을 직접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되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제내역을 확인한 저는 이 사실을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결제내역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저와 변호인단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만큼,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 씨와 변호인단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12월 23일 사건 당시 모바일 위치기반 인증게임 '포스퀘어' 캡처본을 공개했다. /A 씨 측 변호인단 제공 |
정 전 의원은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직접 결재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저 자신의 불찰"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성추행 행위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 입장과 거취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직접 별도로 밝히겠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정 전 의원 측은 지난 13일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맞서 프레시안 측도 지난 16일 정 전 의원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전 의원과 프레시안의 법적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A(가명 안젤라) 씨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통해 확인했으며, 사진에는 '뉴욕뉴욕'의 룸 안에서 A 씨의 모습이 찍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