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청와대 페이스북 |
文대통령, 왕세제와 확대·정상 회담, 양국 관계 '격상'키로 합의
[더팩트 | 아부다비(UAE)=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감성 외교'로 한·UAE (아랍에미리트) 간 '관계와 거리'를 좁혔다. 문 대통령은 UAE'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마음을 두드렸다. 지난해 말 양국은 '원전 갈등설'이 불거진 바 있다.
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 시각) 낮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실질적 협력관계를 모색했다. 그 결과,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외교·국방(2+2) 차관급 협의체 신설 등 양국 간 대화채널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 단독·확대 회담 예상 보다 '훌쩍'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의 확대·단독 회담은 당초 각 15분씩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진회색 정장에 노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고, 모하메드 왕세제는 베이지색 전통 의상을 입었다.
양국 참모들은 정상회담 장소인 대통령궁 마즐리스(영빈관) 앞 복도에 도열해 양 정상을 기다렸다. UAE 측 인사들은 모하메드 왕세제와 마찬가지로 UAE 전통복장 차림이었다.
단독 정상회담 자리에는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했으며, UAE 측에서는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배석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이후 아부다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참석자들은 결과에 대해 모두 만족했다. 영어로는 '엑설런트'라는 단어가 나왔고, (회담) 시간에서 알 수 있듯 분위기가 굉장히 흡족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임종석 (왼쪽)대통령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데 다른 인사들 보다 오랜 시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청와대 페이스북 |
◆ 文대통령, 임종석 소개에 시간 '할애'
회담에 앞서 양국 정상은 서로 양측 인사들을 한명씩 소개했다. 눈길을 끈 인사는 임종석 비서실장이었다. 도열상 3번째에 있던 임 실장을 소개할 때 문 대통령은 다른 인사들 보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에 파견돼 모하메드 왕세제를 면담한 바 있다.
왕세제도 임 비서실장에게 "안녕하세요"(How are you)라고 안부를 물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양국 관계에 대한 임 실장의 역할을 칭찬하자, 그는 웃음을 띠며 "별 말씀을요"(My pleasure)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선 "임 실장 특사 파견과 관련해 지난 번에 잡음이 있었으나 두 나라 사이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UAE의 국방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국방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 실질 협력 이끌어낸 文대통령의 '화법'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
양 정상은 이번 회담으로 기존 원전과 국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교육, 보건, 의료 교육 등) 전면적인 교류 협력을 왕세제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과 관련해 두 정상은 두 나라 사이 협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동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정상은 앞으로 양국 관계를 지속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임종석 실장과 칼둔 청장 두 사람이 해결하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모하메드 왕세제의 환영인사를 받자,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UAE를 방문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며 "작년 6월 왕세제의 전화를 받고 난 이후에 UAE 방문을 정말 학수고대해 왔다"고 화답했다.
회담에서 왕세제는 "UAE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로 추념비를 방문한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UAE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문 대통령이 한 번쯤 사막에 나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 그런 말씀도 UAE를 이해하는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기뻤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왕세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 대통령은 "사정이 허락한다면 사막 베두인(아랍 유목민) 문화도 체험하고 싶다"고 답했다.
◆ 오찬 메뉴는 '낙타요리'…경제인 배려 눈길
모하메드 왕세제 주최로 열린 공식 오찬 메인 메뉴로는 전통식 낙타요리가 준비됐다./청와대 제공 |
이날 왕세제 주최로 마련된 공식 오찬 메인 메뉴는 전통식 낙타요리였다. 이와 함께 전채요리와 샐러드, 계절과일 등 디저트 등이 준비됐다. UAE 국민이 '국부(나라 아버지)'로 존경하는 초대 대통령 고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 하얀의 어록을 딴 노래들이 전통 악기로 연주됐다.
오찬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부회장 등 경제인 14명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오찬 공간이 비좁아서 원래 경제인들은 따로 하기로 했는데, 저희 쪽이 요청해서 같이 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오찬 직전에 바뀌어서 좁더라도 왕세제와 같이 하는 방안으로 하자 해서 경제인들도 다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6일엔 모하메드 왕세제와 함께 우리 기업이 UAE 현지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 완료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한다. 이날 저녁에는 아부다비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행사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