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문 대통령 개헌안 곳곳서 盧 정책·이상향 엿보여
입력: 2018.03.26 00:00 / 수정: 2018.03.26 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개헌안, 수도 조항 신설·지방분권 강화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내용이 모두 공개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전문(前文)과 11개 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몇몇 내용을 살펴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과 이상향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정부형태…5년 단임제→4년 연임제

이번 개헌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정부형태는 '4년 1차 연임제'로 한다는 내용이 개헌안에 담겼다. 청와대는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은 5년 단임제다.

4년 연임제는 재임 뒤 대선에서 당선되면 연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최장 8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다만 낙선하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대선에서 한 번 떨어져도 재도전할 수 있는 '4년 중임제'와 다른 점이다.

원래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걸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문 대통령에게 4년 연임제를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정부형태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같아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월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현행 4년의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선거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일치시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국정 안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위와 오찬 자리에서 2022년 5월 대선과 지방선거의 동시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대통령 임기 기간 중 세 번의 전국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그 세 번의 전국선거가 주는 국력의 낭비가 굉장하다"라며 "개헌을 하면 선거를 두 번으로 줄이게 된다.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와 정치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지방자치 분권과 관련한 규정이 더 늘었다. 사진은 2015년 9월 정부세종청사. /임영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지방자치 분권'과 관련한 규정이 더 늘었다. 사진은 2015년 9월 정부세종청사. /임영무 기자

◆ 盧·文의 한 꿈?…지방분권 강화와 국가의 균형발전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서 지방자치와 관련한 규정은 4개 조 12개 항으로 구성됐다. 기존 2개 조 4개 항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 살펴보면 지자체에 권한을 나누고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춰 지방의 경쟁력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자는 문 대통령의 뜻은 노 전 대통령과 닮았다.

지방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중점을 뒀던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당선 이후 수도권의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재임 당시 수도권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방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옮긴 바 있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는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꿨다. 또,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에게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치재정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헌법에 담기로 했다. 또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를 헌법에 규정하여 주민의 지방정부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명확히 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체계를 개선하고 지방에 행정·입법·재정 자주권을 부여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가 엿보인다.

헌법 총강 개정안에 수도 조항도 신설한다. 사진은 2012년 3월 세종특별자치시 건설현장 모습. /문병희 기자
헌법 총강 개정안에 수도 조항도 신설한다. 사진은 2012년 3월 세종특별자치시 건설현장 모습. /문병희 기자

◆ 노무현의 수도 이전 미완성…文이 완수?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 조항'도 처음 담겼다.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도록 총강에 신설했다. 우리나라 수도를 헌법에 명문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1일 "국가기능 분산이나 정부 부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헌법에는 우리나라의 영토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수도에 관한 명문 조항은 없다.

애초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기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은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도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관습헌법은 헌법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해야만 실효되는데, 수도 조항과 관련한 법률로 규정되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헌법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노무현 정부가 완성하지 못한 행정수도 이전을 문 대통령이 이어받아 완수할 길을 마련한 셈이다. 청와대가 수도 조항 명문을 국가기능 분산이나 정부 부처의 재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측면에 비춰볼 때 수도 조항 신설은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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