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야, 국회 주도 개헌안 논의 없이 대통령 개헌안 공방만
입력: 2018.03.25 05:00 / 수정: 2018.03.26 10:25
청와대가 22일 대통령 헌법 개정안을 모두 공개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22일 대통령 헌법 개정안을 모두 공개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대통령 권한 분산, 국회 권한 강화…야당 '靑 주도 개헌안' 반발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윤곽을 모두 드러냈다. 청와대는 20일부터 사흘간 1차 전문과 기본권, 2차 지방분권과 총강, 경제 부분에 이어 3차 선거제도 개혁·정부 형태·사법제도·헌법재판제도를 발표했다.

헌법은 법체계의 최상위법으로 국가의 근간이자 모든 법의 기본이고 모든 영역의 바탕이다. 때문에 정밀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헌법 개정은 쉽게 할 수도 없고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정부 형태 등 핵심 쟁점과 관련해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국회는 개헌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한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청와대는 개헌안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6일 발의할 예정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 만에 제10차 개헌이 추진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 주요 부분을 살펴보자.

청와대가 20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과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사진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6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기본권과 차등성과급 폐지를 위한 철야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청와대가 20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과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사진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6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기본권과 차등성과급 폐지를 위한 철야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 기본권 대폭 강화…주체 '국민'→'사람' 확대

청와대가 20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이 대폭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현행 헌법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하여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한다.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생명권을 명시하고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의무를 규정했다. 또 ▲안전권 ▲정보기본권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 ▲사회안전망 구축 및 사회적 약자와 권리 강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반면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은 삭제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대부분이 헌법에 영장청구주체 규정이 없어 다수 입법례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인정된다.

대통령 개헌안은 노동자의 권리도 강화했다.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다.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헌법에 담았다. 이 조항에 대해 일각에선 노조가 경영에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도 포함했으며.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국민의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제'와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를 신설했다. 이 규정은 국회와 국회의원에 부정적인 국민이 다수인 터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역사적 사건을 명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정안은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했다. 또 토지공개념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더팩트 DB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정안은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했다. 또 토지공개념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더팩트 DB

◆ 지방자치 분권 강화…토지공개념 논란

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은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했다.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의 정도를 더 높였다. 또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꿨다.

이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체계를 개선하고 자치 역량을 강화해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에 맞는 행정을 하기 위함이다. 지방에 권한을 대폭 늘림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 이번 개헌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수도조항을 신설했다. 국가의 분산이나 정부 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조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규정은 '토지공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론은 엇갈린다. 토지공개념 제도가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의 쏠림 현상을 막는 데 필요하다는 견해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사회주의를 연상케 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내렸다. 사진은 지난 22일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의 만18세 이하 선거 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임세준 기자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내렸다. 사진은 지난 22일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의 만18세 이하 선거 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임세준 기자

◆ 정부 형태 4년 단임제로…선거연령 만 18세로 ↓

여야의 핵심 쟁점인 정부 형태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내용이 헌법에 담겼다.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부여해 그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4년 연임제를 도입해도 문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는다.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였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선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했다.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고,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互選)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국무총리가 행정각부를 통할하도록 했으며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했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하는 총리선출 방식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긴장 관계 가능성이 있고 소속 정당이 다르면 이중권력 상태가 돼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야권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 또는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선거제도 부분에선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의 선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했다. 또 '국회 의석은 투표자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선거 비례성 원칙을 개헌안에 명시했다.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현상을 잡기 위함이다.

사법제도 개선 부분에선 대법관은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도록 하는 안을 담았다. 일반 법관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과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평시에는 군사재판을 열 수 없도록 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한병도(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 개헌안 보고를 위해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급. /문병희 기자
사진은 지난 22일 한병도(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 개헌안 보고를 위해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급. /문병희 기자

◆ 공은 국회로…사실상 대통령 개헌안 통과 희박

22일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 이후 전자결제를 통해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공식 발의가 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헌안은 국회의원 재적(300명, 현재 293석)의 3분의 2 이상인 196명의 찬성을 얻어야 국회를 통과하며,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데, 한국당(116석) 단독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발의 시 본회의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0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기만 해도 제명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바른미래당은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대통령 개헌안 전문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거부했다. 정의당은 청와대에 협치를 요구했다.

여론 조사상에서 민심은 찬성에 가깝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21일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회의 개헌 의지가 약하며, 개헌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므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9.6%로 집계됐다.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략적 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에 그쳤으며, '잘 모름'은 11.7%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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