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이 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회=문병희 기자 |
"ID 카드 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표 사서 경기보고 체험"
[더팩트ㅣ국회=이철영·이원석 기자] "패럴림픽 무브먼트 등을 통해 장애인의 삶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인식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을 가져준 김정숙 여사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나경원(55)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기대 이상으로 치러낸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아직도 여전한 관심 부족의 아쉬움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회 도중 언급할 정도로 TV 중계는 너무 부족했고 개막식의 텅 빈 자리는 앞으로 인식 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할 과제로 본 반면 대회 현장을 누빈 김정숙 여사의 관심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나 의원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스페셜올림픽국제본부(SOI) 이사', '제2대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 등 보통 국회의원들과는 다른 특별한 이력을 지녔다. 사실 여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나 의원의 딸이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딸바보'로도 유명한 나 의원이 판사 생활을 그만두고 정계에 진출한 이유가 바로 딸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1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19일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만난 나 의원은 약 40분간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지켜본 '평창 패럴림픽' 성공 이면의 아쉬움과 개선 방향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경원 의원 뒷편에 걸린 액자 속 'Together we can'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문구는 2013년 스페셜올림픽의 슬로건이다. /문병희 기자 |
-지난 18일 폐막한 패럴림픽을 위해 열심히 뛴 것 같다. 평소 장애인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데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으로 4년 동안 활동했다. IPC라는 국제 스포츠 조직이 아직 절차적 정당성과 같은 부분에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제가 법률자문가 출신이기도 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보완했다.
또 한 축으로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패럴림픽 무브먼트 확산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우리 대한민국 코이카(KOICA)가 이전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이젠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면서 원조 예산이 몇십 배 늘었다. 근데 막상 장애인 관련 예산을 집행한 게 없었다. 그래서 제가 그 부분을 지적한 이후로 장애인 지원 예산도 책정하고, 장애인 스포츠 지원에 관한 예산도 책정했다. 특별한 프로그램도 하나 만들었다.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이 일자리가 많이 없는데 그분들을 코이카 자문관으로 개도국에 파견해 패럴림픽 지도자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오래 준비해서 캄보디아에서 시작했다. 장비 지원부터 시작해서 이 스포츠 자문관 제도는 앞으로 확대하면 아주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의원은 지난 2013부터 2017년까지 4년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으로 일했다. /문병희 기자 |
또 드림 프로젝트라고 해서 유스(Youth) 캠프를 3~4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44개국의 163명이 참여했다. 이번 패럴림픽 전에는 장애인 스포츠 포럼도 개최했다. 계속 정치와 상관없이 아무도 알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스페셜 올림픽(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경기대회)도 마찬가지고 설명을 하려면 한참 길다. 없었던 걸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웃음). 참고로 집행위원을 더 하려면 작년에 다시 출마했어야 했는데 정치를 하면서 충실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제 양심상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하지 않았다.
-항상 제기되는 문제지만 패럴림픽에 관한 관심이 너무 적다는 지적들이 많다.
저는 패럴림픽 무브먼트나 스페셜올림픽 무브먼트나 해당 장애인의 삶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그걸 통해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패럴림픽에 관심이 너무 적다. 특히 TV 중계가 잘 안 된다. 런던 패럴림픽이 영국에서 많이 성공했다. 영국의 한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했는데 그거 덕분에 당시 패럴림픽이 인기를 많이 얻고 관심이 달라졌다.
패럴림픽이 사실 정말 재밌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재밌는 종목들이 많은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지난번 소치 패럴림픽에서 개막식 다음 날 첫 경기가 러시아와 한국의 아이스하키였다. 당시 러시아가 최강팀이었는데 우리가 이겼다. 저도 그곳에 있었는데 당연히 이길 거로 생각하고 온 푸틴 대통령이 기분 나빠하더라(웃음). 특히 그 직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 선수의 판정 시비가 있어서 우리가 러시아에 굉장히 기분이 나쁠 때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근데 그때 KBS가 중계권을 너무 적게 샀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당시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방송이 아예 나가지 못했다. 너무 아쉽더라.
근데 이번에도 똑같다.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또 있었다. 관객들이 거의 다 동원으로 채워졌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돈을 얼마나 많이 썼나.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모 구청은 올림픽 티켓을 1억 2000만 원어치 샀다고 하더라. 근데 이 부분에서도 패럴림픽에선 돈을 훨씬 적게 쓰더라. 패럴림픽은 그렇게 동원하는 숫자도 많이 적었다. 개막식에 갔더니 텅 빈 자리가 꽤 많아서 창피했다. 지금까지 많은 패럴림픽을 다녔다. 소치 때는 얼마나 꽉꽉 찼는지 모른다. 그거보다 우리는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나경원 의원이 평창 동계 패렬림픽 현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는 모습. /나경원 의원실 제공 |
-개막식에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 창피했다고 했는데, 정작 홍준표 대표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 대표 중 유일하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우리 당 의원들 정말 많이 데려갔다. 그리고 제가 갔다(웃음). 저는 경기도 여러 번 갔다. 이번에 제가 아이스하키 준결승전 티켓을 30장 사서 다녀왔다. 왠지 우리 선수들이 준결승에 갈 것 같아서 딱 찍어서 샀다. 정말 대박이었다(웃음).
-패럴림픽 아이스하키가 정말 재밌더라.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친하다. 소치에선 끝나고 김치찌개도 같이 먹었다. 얼마 전 선수단 발대식에 갔더니 정말 반가워하더라.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떻게 잊나. 그래서 아이스하키가 프로 경기가 될 수 있게 국내에서 세 팀만 만들자고 강조하고 다니기도 했다. 어떤 행사에 갔더니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었다. 그분께 다짜고짜 팀을 만들라고 말한 적도 있다(웃음).
-올림픽 때 일반석에서 조용히 응원했던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특혜 입장' 논란이 불거졌던 날이기도 하다.
저도 정말 깜짝 놀랐다. 집이 신정(1월 1일 양력설)을 쇠기 때문에 설날(음력설) 아침에 가족과 경기를 보러 갔다. 굉장히 오래전에 예매해놨는데 그날 마침 윤성빈 선수 금메달이 유력하다고 그러더라. 저는 코스 중간에 있는 입석이었다. 밑에서부터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웃음). 가족들과 쉴 생각으로 화장도 안 하고 갔는데 한 매체에서 보도했더라. 박 의원 논란도 사실 뉴스를 안 봐서 당시엔 몰랐다. 그때 전광판에서 박 의원 얼굴이 나오니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말해 놀랐다.
나경원 의원은 ID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표를 구입해 경기를 보는 등 직접 체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병희 기자 |
-ID카드를 갖고 있지 않나.
IPC에서 인가된 ID카드를 갖고 있어서 다 들어갈 수 있다. 근데 일부러 직접 체험하려고 하는 마음이었다. 스켈레톤 때는 한 시간 이상 서 있었다. 딸과 아버님을 모시고 가서 교통 약자 서비스도 이용해봤다. 이렇게 하는 건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교통 약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보안이 아주 허술하더라. 분명히 중간에 내려서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난 스페셜올림픽 때도 매일 그렇게 다녔다. 다니다가 자원봉사자들 보면 불편한 점도 묻고 바로잡아주고 회의하고 그랬다.
-김정숙 여사도 현장에 머물면서 계속 경기장을 다녔는데, 혹시 마주치진 않았나. 김 여사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VIP석에 앉았고 전 다른 분들과 함께 있느라 반대편에 앉아 있어서 직접 인사를 나누진 못했다. 여사께서 패럴림픽에 큰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대해선 정말 감사하다. 여사께서 응원해주시는 것 자체가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패럴림픽이 끝났으니 이제는 보완할 점 등 평가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노다 세이코 총무상과 친하다. 그분의 자녀도 장애인이다. 작년 가을에 패럴림픽에 대해 평가하고 논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 제가 일본으로 가든지 그가 오든지 해서 이번 올림픽을 한번 평가하게 될 것 같다.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 부족과 특히 TV중계가 적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나경원 의원./문병희 기자 |
-일본은 패럴림픽에 대한 분위기가 어떤가.
사실 일본에서 패럴림픽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번 아이스하키 한일전 경기에 갔더니 일본 깃발이 정말 많이 걸려 있어 깜짝 놀랐다. 일본 단체 응원단이 온 것이었다. 반면 태극기는 몇 개 없었다. 아주 속상했다. 또 우리나라는 올림픽 배지와 패럴림픽 배지가 달라서 번갈아 가면서 단다. 근데 한 번은 도쿄 시장을 만났더니 한 배지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함께 나와 있더라.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가 일본한테 계속 한발 늦어 아주 아쉽다.
-이번 평창 동계 패럴림픽은 무사히 폐막했다.
그래도 이번 패럴림픽에선 대통령께서도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정치인들도 많이 갔는데 이 열기와 관심이 쭉 지속했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정책도 실현되고 다들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올림픽 개막 전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을 IOC IPC에 보내면서 큰 비난을 받았던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달라.
저는 (단일팀 구성이) 공정성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정치로 인해 스포츠가 희생돼선 안 된다고 봤다. 국민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았고 다른 이들은 대부분 말로 비판했다. 말로 하는 것보단 국민 다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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