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청와대 vs 한국당, 불 붙은 '개헌 주도권' 싸움
입력: 2018.03.17 05:00 / 수정: 2018.03.17 05:00

자유한국당이 16일 자체 개헌안을 내놓자, 청와대는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모습./청와대 제공, 더팩트DB
자유한국당이 16일 자체 개헌안을 내놓자, 청와대는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모습./청와대 제공, 더팩트DB

개헌 시기와 '총리 선출권' 등 정면 충돌…靑 "발의 철회 생각 없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간 '개헌 주도권' 싸움에 불이 붙었다. 정부 주도 개헌에 반대해온 한국당은 16일 '자체 개헌안'을 발의했다. 6월 개헌 로드맵을 그려온 청와대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양측이 정면충돌하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쟁점은 '개헌 시기'와 국무총리 선출 방식이다. 정부여당은 '6월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시해 왔다. 1200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아끼고, 개헌 동력을 잇기 위해서란 게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다.

또, 국회 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은 정부 형태로, 4년 연임(4+4, 임기 최대 8년)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 다만, 총리 선출방식은 현행 유지(대통령 지명 후 국회 동의)안과 국회에 추천권을 넘기는 안(국회 추천 후 대통령 임명) 두 가지를 복수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한국당은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 발의+10월 국민투표 분리 실시'로 맞섰다. 정부형태로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 총리제를 기반으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웠다. 책임 총리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진다는 게 특징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정운영 등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자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모습./배정한 기자
사진은 지난 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모습./배정한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과 관련해 "권력구조, 권력기관, 선거구제, 개헌투표 일정 이 네가지 사안이 개헌에 필수적인 완성요건"이라며 "진정한 국민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라면 6·13 (동시 투표) 주장을 고집하는 사람은 시대정신에 걸맞지 않은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반대에도 청와대는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철회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도 대통령 발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총리 선출권'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는 게 여론조사 등에서 일관적으로 확인되니 정면돌파가 어려워 (야당이) 총리 선출권이니 추천권이니 하는 얘기로 호도하려 하는 것"이라며 "정략적 이유로 주장하는 것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해 '오는 21일'을 대통령 개헌안 발의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헌법 128조∼130조는 헌법개정 절차와 관련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를 명시하고 있다. 개헌 절차는 '대통령이 개헌안 20일 이상 공고'→'개헌안 공고된 일로부터 국회의결 60일 이내'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현 의석 상황에서 개헌안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개헌안은 국회의원 재적(300명, 현재는 293명)의 3분의 2 이상인 196명의 찬성을 얻어야 국회를 통과하며,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4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제4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4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제4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현재 한국당 의석 (116석)만으로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98석)을 넘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1석, 국민의당(21석)과 바른정당(9석)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30석, 합당에 반대한 의원들의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이다. 무소속 의원은 모두 4명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개헌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뭘까. 70% 높은 지지율에 개헌을 원하는 여론을 무기로 야당과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란 관측이다. 한국당이 개헌에 반대하면, '호헌 세력'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한 번 탄핵 정국에서 민심을 잃은 경험 상 '개헌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반기를 든 한국당 역시 이면에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경우 지방선거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분리 실시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개헌이 이뤄질 경우 지방분권과 자치 강화돼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들이 큰 환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투표가 지방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된 국민의 표심이 반영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어찌 됐든,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 행사는 '임박'했다. 청와대의 국회 압박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마지막 계기마저 놓친다면, 불가피하게 헌법이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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