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민 의원의 아내에 이어 아들이 심경을 전했다. /더팩트 DB |
민주당 표창원‧우원식 "진상규명 우선" 사퇴 공개 만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곧바로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한 가운데 민 의원 아내 목혜정 씨에 이어 아들도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민 의원 아들 민 모 씨라고 소개한 그는 뉴스타파 기사 댓글을 통해 "(아버지는) 도덕적 결벽증이 있는 분"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이런 기사 하나로 어떤 파장이 있는지, 또 무죄로 입증된다 하더라도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겨지는 것이 이런 기사인데 한 인간의 노력을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적었다.
그는 "의원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죄에 대한 입증'이니 이런 글들이 보이는데 아버지는 한 평생 너무 답답할 정도로 희생하며 살아온 분이다"며 "의원직 사퇴는 모든 권위에서 나오는 보호를 버리고 진실공방에 임하겠다는 의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짜 아들이라면 아버지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한 누리꾼의 댓글에 대해 "가족 구성원이자 한 명의 지지자로서 의견을 표출했다"며 "이 기사가 나온 순간부터 저희 모두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준으로 관여됐다"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10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한 여성 사업가 A씨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2007년 1월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 이후 3~4차례 만나 친교 관계를 유지했다"며 "2008년 5월 민 의원과 술을 마신 뒤 노래방을 갔고 민 의원의 제안으로 블루스를 추다 갑자기 키스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보도 이후 1시간 30여분 만에 관련 입장문을 내고 A씨에게 사과한 뒤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돼 사퇴한 첫 현직 의원이 된 것이다. 민 의원은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그가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됐든 죄송하다.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민병두 의원 아들 민 모 씨는 뉴스타파 기사 댓글을 통해 "(아버지는) 도덕적 결벽증이 있는 분"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의혹으로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민 의원에게 사퇴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뉴스타파 갈무리 |
이후 민 의원의 아내 목혜정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민 의원의 사퇴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목 씨는 "(사퇴는) 남편다운 선택"이라면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남편을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 사안이 최근 미투 캠페인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목 씨는 "권력형 성추행, 성폭력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는 궁색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서 "얼마 전 제자가 미투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격려했다.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성희롱은 근절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고 미투운동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면서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려도 될 것 같고 의원직은 사퇴하는 것이 자신에게의 엄격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의혹으로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민 의원에게 사퇴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실 관계가 확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직 사퇴는 아직 과하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민 의원 사퇴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어젯밤 민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SNS를 통해 "본인 자존심만 생각하지 마시고 선출해 주신 지역 주민들과 국회의 현안들을 두루 살피고 부디 진정한 용기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사퇴 철회를 요청했다.
민 의원은 아직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직 사직의 경우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의 결재로 각각 처리된다. 인도와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측도 관례상 당장 사직서를 수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에서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인 출당·제명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 의원이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경우 의석수가 120석으로 줄어들어 제1야당 자유한국당(116석)과의 의석수는 불과 4석 차이가 된다. 최근 '안희정 쇼크' '박수현 논란' 그리고 복당을 앞두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정봉주 전 의원 사태까지 악재를 겪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내 제1당까지 내주게 되면 국정 운영 동력이 현저히 낮아지게 되므로 민 의원의 사퇴를 적극 만류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