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그의 왼손 약지에 껴진 결혼반지가 눈에 띈다. /서울서부지검=남용희 기자 |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정말 미안하다"
[더팩트ㅣ서울서부지검=이원석 기자]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한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는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와 아내 민주원 씨의 결혼반지다. 그는 이날 9시간 조사 후 "김지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해서 출석했다. 지난 5일 <JTBC> 보도를 통해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선 안 전 지사는 고개를 숙이며 "국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곳곳에서 안 전 지사를 향한 육두문자도 터졌다.
아내 민 씨는 안 전 지사와 동기, 동창, 동갑내기다. 두 사람은 고려대 83학번으로 같은 운동권 출신이다. 민 씨는 안 전 지사의 정치 활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실히 내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9대 대선 기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던 안희정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 씨(맨 오른쪽) /이새롬 기자 |
민 씨의 내조는 지난해 치러진 19대 대선 당 경선과정에서 빛났다. 안 전 지사는 당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로 경선을 마친 바 있다.
경선 기간 동안 민 씨는 적극적으로 언론과 접촉하며 안 전 지사를 지원 사격했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안 전 지사를 칭찬하고 추켜세웠다. 당시 우스갯소리로 '아내가 남편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 씨의 역할은 컸다.
두 사람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특히 첫째 아들 정균 군은 민 씨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경선 기간 동안 발 벗고 나서 안 전 지사를 도왔다. 민 씨와 안 군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을 도우며 호감을 끌기도 했다.
이토록 끈끈해보였던 가정의 지원 하에 경선 2위 기록 후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꼽혔던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의혹'으로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 그는 이제 더는 도지사도, 잠룡(潛龍,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을 뜻하는 말)도 아니다. 그는 그저 가족을 저버린 성폭행 혐의를 받는 신분이 됐다.
현재 안 전 지사의 가족들 상황이나 상태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가족들이 받게 될 상처와 충격을 우려한다. 믿고 지지했던 남편, 아빠의 배신을 꼼짝 없이 마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안 전 지사의 약지에 껴있던 결혼반지가 더 안타깝게 보였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이날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며 서부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고발인 김지은 씨 역시 같은 날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9시간 조사 후 '김지은 씨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제 참모였다"며 "마음의 상실감 그리고 배신감 여러가지 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 제가 갖고 있던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말씀을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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