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거 봐라" 트럼프, 김정은 회담 수락 '막전막후'
입력: 2018.03.10 00:00 / 수정: 2018.03.10 08:32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내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내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청와대 제공

트럼프 '4월' 말했다가 靑 '5월' 건의 받아들여…'정의용 발표' 제안도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 참모진을 둘러보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실장은 9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에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수락했다. 예상을 넘은 성과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면담 과정을 설명했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8일 미국으로 향했다. 2박4일 일정이었고, 미측 고위급 인사와 세 차례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일정은 방미 둘째 날(9일)로 관측됐다. 그러나 방미 첫날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북미 회담'이란 결실을 얻었다.

◆ 트럼프, 정의용·서훈에 "빨리 만나자"…예상보다 빠른 면담

두 사람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9시 50분께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2시 25분께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트 국가안보보좌관을, 서 원장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일대일로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30분간 양측은 '2+2' 회동을 했다.

이후, 오후 3시 10분부터 미 정부 각 관료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차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미 측 인사 20여명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선 정 실장과 서 원장과 함께 조윤제 주미대사가 자리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나자'고 알려온 것이다. 김 대변인은 "원래 현지 시각으로 목요일(8일)이 아닌 금요일(9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율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나길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당초 미 관료들과 회동은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예정돼 있었으나, 15분 앞당겨 마무리했다.

◆ 김정은 "트럼프 만나면 큰 성과 낼 수 있을 것"…정의용 '구두' 전달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료들이 정 실장의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료들이 정 실장의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오후 4시 15분께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 내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로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은 45분간 진행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차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12~13명이 참석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목사 및 신도 등 5000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 보낸 건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 간 완벽한 공조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로서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 5일 면담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letter)'를 전달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대신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 정의용 백악관 발표, 트럼프가 제안…文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

정의용(가운데) 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정의용(가운데) 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했다. 그는 주위 참모들에게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다"라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곧바로 정 실장은 미국 NSC 관계자들과 약 2시간 동안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으며, 청와대에 연결된 백악관 전화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오후 7시께,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의사를 직접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제안은 워낙 갑작스러워서 정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드릴 경황이 없었다. 일단 수락을 하고 맥매스터의 방에서 합의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만남 '4월' 얘기했다 靑 '5월' 건의 받아들여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처음에는 4월 얘기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을 얘기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정 실장은 "우선 (4월 말 예정된) 남북이 만나고 난 뒤 그 다음에 북미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미 관계자와 조찬을 하면서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1일 귀국 후에는 서 원장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3월 12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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