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안희정·정봉주 '미투' 폭로…지방선거 거대 변수 되나
입력: 2018.03.08 00:00 / 수정: 2018.03.08 00:00
정치권이 미투(#Me too) 한파에 휩싸였다.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왼쪽)와 기자지망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봉주 전 의원(오른쪽). /더팩트DB
정치권이 '미투'(#Me too) 한파에 휩싸였다.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왼쪽)와 기자지망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봉주 전 의원(오른쪽). /더팩트DB

'선 긋기' 나선 與… 몰아붙이는 野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정치권에 대한 '미투(#Me too)'의 기세가 엄청나다. 현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됐던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정치권 전체를 크게 요동케 한 데 이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계획하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도 터졌다. 이는 6월에 열릴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파문으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은 역시 민주당이다. 안 전 지사는 작년 치러진 19대 대선 당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당 핵심 정치인이었다. 이후 차기 대선주자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며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끌어왔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정 전 의원 또한 여권에 큰 기대감을 주던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고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첫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사면으로 피선거권을 되찾은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이 터진 이후 적막감이 감도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 /국회=문병희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이 터진 이후 적막감이 감도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 /국회=문병희 기자

이처럼 여권의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연달아 성 추문에 휩싸이자 정치권에선 여권 지방선거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타격도 있었다. 민주당 충남지사 출마를 계획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은 안 전 지사 파문으로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박 전 대변인은 안 전 지사의 친구로 사이가 각별했고, 복 시장 역시 안 전 지사와 가까웠다. 둘은 모두 안 전 지사의 '후광'을 받던 예비후보들이었다.

정 전 의원은 공교롭게도 의혹이 터진 7일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 예정일이었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 시작 5분 전 "오늘 보도된 내용과 관련해 입장 정리의 시간이 필요해 회견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돌연 취소했다.

정치권에선 이 분위기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인식한 듯 여권은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파문이 터진 직후 불과 1시간여 만에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결정했다. 속전속결이었다.

입당 '예정'이었던 정 전 의원에 대해선 "아직 우리 당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우리 당원이 현재로서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에 대한 복당 심사는 오는 15일 있을 예정이다.

안 전 지사와 정 전 의원 의혹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대한 빠르게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모두들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안 전 지사 건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무조건 잘못한 행동이고 당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 한파가 불어닥친 여권을 향해 최근에 우리 당 최모 의원도 누명을 벗었고 나도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이제는 미투 운동을 좀 더 가열차게 해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문병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 한파가 불어닥친 여권을 향해 "최근에 우리 당 최모 의원도 누명을 벗었고 나도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이제는 미투 운동을 좀 더 가열차게 해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문병희 기자

야권도 여세를 몰아 여권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좌파진영이 집단 최면에 빠져 얼마나 부도덕한 성도착증세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맹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는 5일 한국당 전국여성대회 행사에서 "최근에 우리 당 최모 의원도 누명을 벗었고 나도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이제는 미투 운동을 좀 더 가열차게 해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미투 법률 지원단도 이날(7일) 성명서를 내고 "안 전 지사는 조속히 나와 모든 범죄사실을 국민 앞에 자백하고, 법에 따라 수사·처벌받아야 한다"며 정 전 의원 의혹에 대해서도"검찰은 성추행·성폭행 의혹에 중점을 둬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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