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靑.春'일기] "몇 년?" 박근혜 구형 날의 '민주주의 단상'
입력: 2018.03.01 05:00 / 수정: 2018.03.01 07:41

검찰은 지난 27일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3일 박 전 대통령이 첫 공판을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던 당시. /이효균 기자
검찰은 지난 27일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3일 박 전 대통령이 첫 공판을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던 당시. /이효균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박 전 대통령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4년 6개월 전이었다. "기자님, 휴일에도 근무하시나 봐요?"라며 그는 악수를 건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그해 9월 2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은 월요일이었다. 당시 마크맨이었던 나는 전날인 일요일에도 박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다.

그의 아는 체는 이유가 있었다. 한 토론회에서 5·16쿠데타를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해, 한 달 넘게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곧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습이 필요했다. 회견 당일 보좌진들은 좌석 배치도를 그려 매체 명과 기자까지 체크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다. 이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이례적으로 일일이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마이크가 켜지자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의 과(過)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

사진은 지난 2012년 9월 24일 오전 9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인식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하는 모습. /더팩트DB
사진은 지난 2012년 9월 24일 오전 9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인식'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하는 모습. /더팩트DB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했던 말이다. 이 결단은 청와대 입성에 한몫했다. 그러나 그날의 발언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2016년 3월 10일)당했고,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자리엔 18대 대선에서 석패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리고 나도 이곳에 있다.

지난달 27일 점심 께의 단상이었다. 밥상머리 화두가 박 전 대통령의 구형량이었다.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하루 연가를 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격무에 시달린 문 대통령에게 참모진들은 휴식을 권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몇 년? 25년? 30년?"

한 기자는 25년을 예상했다. "공범인 최순실 씨가 징역 20년을 받았기 때문에 주범인 박 전 대통령은 이보다 더 받을 것"이란 논리였다. 나는 '콩밥'을 곱씹으며, 박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다른 기자는 최 씨의 검찰 구형량이 25년이었기 때문에 30년을 점쳤다. 결과는 후자였다. 검찰은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 형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퇴근길, 한 버스 정류장에서 "박근혜를 지키자"는 낙서를 봤다. 누군가는 구형량에 대해 "잔인하다"며 반발했고, 다른 누군가는 "권력을 남용한다면 국민의 질타를 받아야 한다"며 결과를 지지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논의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그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의 '입'으로 말했던 것처럼.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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