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징역 2년 6월' 우병우의 '일장춘몽' 재조명
입력: 2018.02.22 16:42 / 수정: 2018.02.22 16:59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새롬 기자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새롬 기자

재판부 "국가 혼란 사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51·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예상대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게됐다. 지난 2016년 7월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19개월여 만에 결국 실형이 선고됐지만 '인간' 우병우의 불행은 이른 나이에 '소년 등과', 출세가도를 달린 '고속 승진'이 결국 발목을 잡아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우병우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을 다시 조명해 보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은 비위행위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혼란 사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우 전 수석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불법 설립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감찰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고 진상 은폐에 가담한 혐의(직무유기)와 2016년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소속 국·과장급 공무원 7명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지시한 혐의와 28개 스포츠클럽에 현장실태점검 준비를 시킨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 당시 해경 압수수색 과정에 개입해 놓고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뒤 자신에 대한 감찰에 나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을 방해·압박한 혐의(특별감찰법 위반), CJ E&M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을 내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있다.

이 가운데 재판부는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좌천성 인사 지시 혐의에 대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내 파벌 문제와 인사 특혜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잡으려는 조치였다고 봤다. 또 CJ E&M을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공정위에 행한 직권남용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김영한 정무수석의 지시를 따랐다는 점을 참작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고, 사적으로 사용해 정작 본연의 감찰 업무를 외면해 국가기능을 상실하게 했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형량은 구형보다 대폭 낮다.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4월12일 새벽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4월12일 새벽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경북 봉화 태생인 우 전 수석은 1987년 만 20세의 나이로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지검에 부임,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검찰에서 손꼽히는 '특별수사통'으로 유명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수사를 과감히 밀어붙이는 그의 성격이 한몫했다.

유능한 검사로 이름 날리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굵직한 특별수사에 참여했다. 대검 중앙수사과와 수사기획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뒤 2013년 검찰을 떠났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2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우병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2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우병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2014년 공직자의 길을 다시 걷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이듬해 1월 민정수석으로 올라서며 사정기관의 핵심인물이 된다. 어찌 보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그는 승진 인사에서 미끄러진 한(恨)을 풀었던 셈이다.

그러다 2016년 7월 우 전 수석 장모의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과 2011년 넥슨에 서울 강남역 땅을 1326억원에 매각할 당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넥슨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땅을 샀는데, 사실상 우 전 수석 측에 건넨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우 전 수석의 아들 우 모 수경은 의무경찰 꽃보직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사진은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전역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정문을 나서는 모습. /더팩트DB
우 전 수석의 아들 우 모 수경은 의무경찰 '꽃보직'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사진은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전역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정문을 나서는 모습. /더팩트DB

설상가상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의무경찰 보직 중 '꽃보직'이라 불리는 운전병 선발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았다.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 특별수사팀이 정강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넥슨 강남 땅 특혜' 의혹에 연루된 김정주 넥슨 대표와 진경준 전 검사장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혐의를 찾지 못했다.

검찰의 화살을 피해간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터지자 다시 조명을 받았다. 시민단체는 우 전 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고,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2016년 11월 특수팀의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나가 차례로 조사를 받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현상금이 걸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청문회 출석을 앞둔 우 전 수석이 정강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더팩트DB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현상금'이 걸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청문회 출석을 앞둔 우 전 수석이 정강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더팩트DB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도 우 전 수석은 법원이 두 차례 영장을 기각하면서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그 결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처럼 비쳐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의 이정국 전무와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민정 씨, 딸 우 모 씨가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우 전 수석을 면회한 뒤 구치소를 나서던 당시. /이새롬 기자
사진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의 이정국 전무와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민정 씨, 딸 우 모 씨가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우 전 수석을 면회한 뒤 구치소를 나서던 당시. /이새롬 기자

2017년 4월 특수본은 직권남용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약 두 달 뒤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국민에 사과했다. 다만 자신의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까지도 이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민간인과 공직자에 대한 불법 사찰 혐의로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결국 구속된다. '구속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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