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세운 김성태… 임종석 "왜 화를 저한테 푸는지 모르겠다"
입력: 2018.02.22 11:51 / 수정: 2018.02.22 21:27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왼쪽)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오른쪽)이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문병희 기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왼쪽)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오른쪽)이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문병희 기자

김성태, 靑 자료제출 태도 지적하며 임종석 발언대에 세워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한국당 원내대표)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운영위원회에서 높은 수위의 신경전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마치 벌을 주듯 자리에 앉아 있던 임 실장을 발언대에 서게 한 후 꾸짖었고 임 실장은 "왜 저한테 화를 푸시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하는 등 양 측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신경전의 발단은 이랬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 도중 갑자기 청와대 실무직원 한 명을 지목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청와대의 자료제출 요구 태도를 지적하고 있는데 해당 직원이 웃었다고 주장했다. 일어난 직원은 웃지 않았다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CCTV돌려 웃는 모습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청와대 참모진들과 직원들. /국회=문병희 기자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청와대 참모진들과 직원들. /국회=문병희 기자

이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여당 의원들은 "위원회 운영을 왜 이렇게 하냐", "위원장님만의 위원회냐", "이렇게 품위를 떨어뜨리냐", "이게 독재고 독선이죠", "왜 겁박을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도 "위원장 말투 하나하나를 시비를 거는 집권당 자세가 올바르냐"고 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 위원장은 갑자기 임 실장을 향해 "발언대에 서라"고 지시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발언대는 선서나 모두발언을 할 때, 혹은 증인들이 증언을 할 때 사용한다. 기관 실무자들은 질의를 받을 때 앉아서 답변을 하게 돼 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한 임 실장은 "여기서도 발언이 가능한데 따로 나가서 서야 하나"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이에 임 실장을 일어나 발언대로 이동했다.

발언대에 선 임종석 비서실장. /국회=문병희 기자
발언대에 선 임종석 비서실장. /국회=문병희 기자

김 위원장은 "자료제출을 성실히 해달라는데 청와대 직원이 자조적으로 비꼬면서 웃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냐"고 물었고 임 실장은 "위원장 말씀에 누가 웃었을 리가 있겠냐"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재차 같은 맥락으로 꾸짖자 임 실장은 "왜 화를 저한테 푸시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소상히 말씀드렸다. 주말까지 운영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고 주말까지도 거의 자료제출 요청을 받은 게 없다가 갑자기 몰렸다"며 "의원님들은 한 줄로 자료 요청을 간단히 하실지 모르지만 제출하는 입장에선 검토해야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검토해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시간을 못주시겠다고 하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지지 않고 "청와대라고 해서 국회를 계속 무시하고 국회에 대해 냉소적 입장을 취하나. 집권당의 비호 속에서 운영위에 협조를 안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언제까지 제출하겠느냐"고 압박했고 결국 임 실장은 "회의 진행 중에 다른 사람들이 검토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임 실장을 다시 자리에 돌아가 앉도록 했다.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발언대에 세운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발언대에 세운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자리로 돌아간 임 실장은 "위원장님, 왜 저에게 이러시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오전에 성실히 답변했다. 왜 저쪽에 불러 세우시는지도 모르겠다"고 따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전에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진행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오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래서 항의 입장으로 발언대에 세웠는데 잘못됐느냐"고 했다. 임 실장은 "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르긴 했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둘의 신경전에 여야 의원들까지 목소리를 더하면서 순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김 위원장을 질타했고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10분간 정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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