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봉도사' 정봉주 "서울시장 나간다면…한강 종주 어때요?"<하>
입력: 2018.02.19 00:05 / 수정: 2018.02.19 17:26

정봉주 전 의원에게 폴리테이너의 삶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한 페이지다. BBK 저격수로 나는 꼼수다에 참여하면서 정치인의 시사 라디오 참여의 장을 연 정 전 의원은 지난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은 저한테 감사해야 해요라고 했다./임세준 기자
정봉주 전 의원에게 '폴리테이너'의 삶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한 페이지다. BBK 저격수로 '나는 꼼수다'에 참여하면서 정치인의 시사 라디오 참여의 장을 연 정 전 의원은 지난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은 저한테 감사해야 해요"라고 했다./임세준 기자

"'뻔한 정치 Fun하게 하고 싶어…대한민국 정치인들, 제게 감사해야"

[더팩트|여의도=조아라 기자] "서울시장에 나가게 된다면…출마 퍼포먼스로 한강 종주는 어때요? 서울의 25개 구를 상징하는 25명의 선수가 뛰는거죠. 저 포함해서. 하하"

'봉도사'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집요하게 묻는 기자에게 난색을 보이면서 이렇게 답했다. '왜 한강 종주냐'고 물으니, "정봉주가 재미없게 하면 되겠어요? 어때요? 재밌겠어요?"란다.

정 전 의원에게 '폴리테이너(정치인 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서의 삶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한 페이지다. 지금은 '썰전', '외부자들' 등 여러 정치인이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동하지만 불과 10년 전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BBK 저격수로 '나는 꼼수다'에 참여하면서 정치인의 시사 라디오 참여의 장을 연 정 전 의원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은 저한테 감사해야해요"라고 했다.

늘 유쾌한 그에게 '가볍다'라는 말은 사실 아픈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가벼운 게 아니에요. 유쾌한 거지. 유쾌함은 삶의 건강함을 주죠. 사람이 어떻게 늘 무겁고 근엄하기만 하겠어요. 근엄하기만 한 정치인은 삶의 양쪽 면을 살피지 못하는 겁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날 <더팩트>와 정 전 의원의 인터뷰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와 향후 자신의 거취를 묻기 위한 것이었지만 질문과 답변은 웃음과 '인간 정봉주'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이에 <더팩트>는 정 전 의원과의 현안 질문과는 별개로 그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폴리테이너'로서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을 폴리테이너 1세대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들은 나한테 감사해야해요라고 말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정 전 의원. /임세준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을 '폴리테이너 1세대'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들은 나한테 감사해야해요"라고 말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정 전 의원. /임세준 기자

Q. 1세대 '폴리테이너'로서의 정봉주는 어떤가.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내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참 흥미로운 삶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 꿈이 세 가지였어요. 정치인, 교주, 연예인. 다 비슷한 과죠. 제 성향과 좀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죠. 또 모두 대중들의 사랑과 지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에요. 그러기 때문에 쉽게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죠.

전 정치의 문턱은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정치인은. 2004년부터 저는 제 명함에다가 휴대폰 번호를 써놓고 다녔어요. 그 번호를 아직도 써요. 지금 '정봉주 번호' 구글링하면 뜰걸요? 쉽게 얻을 수 있는 번호죠. 그럴 정도로 제 삶은 (대중에게) 노출돼 있는데, 그런 이유가 정치인에게 가깝게, 쉽게 다가와라. 그런 의미로 그런 거에요. 오히려 이렇게 투명하게 노출돼 있으면 불법적인 걸 저지르기 쉽지 않죠. 또 자신이 어려울 때 저를 찾기도 쉽고, 제가 어려울때 쉽게 도움을 주시기도 해요.

근데 또 전화번호 오픈한 것 가지곤 잘 안됐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방송'이죠. 기본적으로 가진 캐릭터도 밝고 즐거운데, 정치하면서 근엄해질 수가 없는 거에요. 이걸 강점으로 (방송에서) 유쾌하고 흥겹고 재밌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대중들이 더 쉽게 대해주시고, 더 다가와 주시더라고요. 감사해요.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은 저에게 감사해야 해요. 정치를 이렇게 재밌고 쉽게 만들었죠. 정치인들에게 '저 팬이에요'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역사의 한 장을 만든 것이죠. 지금 폴리테이너 신분으로 사랑을 받고 잇는 정청래, 박주민, 표창원, 노회찬 의원들, 모두 개인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제가 앞장서서 먼저 욕먹고 가볍다는 소리도 듣고 그러지 않았다면,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개척하지 않았으면…. 그분들에게 그런 삶이 오지 않았을 거에요.

정 전 의원은 사람들은 나더러 가볍다고 공격으로 써요. 저는 그래요. 가벼운 게 아니라 경쾌한 거다. 유쾌한 거다. 가벼운 것과 경쾌함은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누구보다도 묵직한 삶의 무게를 지고, 고민하는데 삶은 유쾌하고 흥겹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인 거에요라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정 전 의원은 "사람들은 나더러 가볍다고 공격으로 써요. 저는 그래요. 가벼운 게 아니라 경쾌한 거다. 유쾌한 거다. 가벼운 것과 경쾌함은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누구보다도 묵직한 삶의 무게를 지고, 고민하는데 삶은 유쾌하고 흥겹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인 거에요"라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Q. 대중과 너무 가까워서 가끔은 '가볍다'라는 말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나더러 가볍다고 공격으로 써요. 저는 그래요. 가벼운 게 아니라 경쾌한 거다. 유쾌한 거다. 가벼운 것과 경쾌함은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누구보다도 묵직한 삶의 무게를 지고 고민하는데 삶은 유쾌하고 흥겹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인 거에요.

또, 흥겹고 유쾌한 얼굴 뒤엔 단단하고 듬직하고, 묵직한 삶의 얼굴을 갖고 있죠. 근엄한 정치인들은 삶의 한쪽만 보고 사는 것과 같아요. 삶은 두 가지 면을 갖고 있죠. 저도 근엄한 정치인 하라면, 할 수 있어요. 근데 그렇게 안 해요. '뻔한 정치를 펀(fun)한 정치로 바꿀 수 있다면, 광대의 얼굴을 하는 거예요.

Q. 요즘 정말 바쁘시지 않느냐. 지금 방송이 '정치쇼' '외부자들' '시그널'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 등이 있는데. 곧 정리해야 하시지 않아요?

그렇죠. 선거법상 (지방선거 등) 나가려면 2월 말이나 3월 초에 정리해야지. 요즘 너무 피곤하고 바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있어요. 캠프에서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너무 많으시고.

바쁜데 또 방송 준비, 공부는 엄청 또 해요.(웃음) 주변에서 다 놀라! 사람들이 처음 날 보면, 막말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로만 아는데, 실제로 보면 슈퍼 모범생인 거에요. 반전의 매력으로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은 놀라요.

Q. "왜요, 어떤데요?"라고 물으니 자신의 휴대폰에 설정된 알람시계를 보여줬다. 알람은 딱 한 개가 설정돼 있었다. 오전 5시 20분. 평소 정 전 의원은 하루 2~3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 준비 아주 열심히 해요. '학습의 총량 법칙'이라고 하잖아. 어렸을 때 공부 많이 안 했으니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는 거죠. 엄청 준비해 가고 최근엔 이동하면서 자고 하니까 새벽 3시쯤에 자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이동 중에 자기도 하는데, 내가 그렇게 또 예민하고 귀가 밝아. 우리 애들이나 아내가 하는 얘기도 잠결에 듣고서 다 대답을 하죠. 예민한데 또 집중력이 좋은 거죠. 덕후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 있는 것엔) 집착도 잘하고.(웃음)"

Q. 아직도 젊게 사시는 것 같다. 바쁜 와중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짬을 내는 것 같은데. 비결은.

저는 정규수업보다 길거리에서 더 많은 인생을 배웠어요. 우린 애들도 (그렇게) 놔 키웁니다. 큰 애는 97년생, 둘째는 2000년생이에요. 근데 애들 뭐 자기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귀는 문제를 오픈할 정도로 개방돼 있으니까. 아들이 제 옷 훔쳐 입고 나가고 그러기도 해요. 아들 쇼핑을 제가 해줄 정도라니까요. 애들이 나 엄청 좋아해요.

비결은 뭐. 아직도 운동한다. 헬스를 하는데. 헬스를 하다 보면 철학을 알게되요(웃음). 근육을 몸 밖으로 만드는 건 무지 쉬워요. 몸에 있는 지방을 털어내는 게 어렵지.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어떤 것을 도전할 때 근육을 밖으로 내려는 욕심으로 시작하면 져요. 자기를 내려놓는 철저한 싸움을 하는 거죠.

무엇보다 전 열정과 상상력이 엄청나죠. 어떤 작가가 얘기해줬는데요. 젊음은 상상력이라는 거에요. 젊음이 사라진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고 상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건데, 상상력은 어디에서 나오느냐. 에너지와 열정에서 온대요. 전 열정이 있으니, 아직도 상상력도 풍부하고 젊은 것 같아요.

인터뷰 중간중간 그를 찾는 전화가 왔다. 선거 캠프 소속 관계자와의 전화였다. 정치권에선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전망하고 있다. 그 역시도 출마와 관련해서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기와 당 지도부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세준 기자
인터뷰 중간중간 그를 찾는 전화가 왔다. 선거 캠프 소속 관계자와의 전화였다. 정치권에선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전망하고 있다. 그 역시도 출마와 관련해서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기와 당 지도부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세준 기자

Q. 인터뷰 중간중간 선거 캠프 소속 관계자의 전화가 온다. 정치권에선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전망하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기와 당 지도부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아직은 확답하기 어려워요. 고민은 거의 끝났지만…. 서울시장은 자기 정책을 쪼물딱쪼물딱(조몰락조몰락) 밀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막혔을 때 돌파력을 갖고 드라이브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정책 이행을 통한 정권 재창출이에요.

Q. 서울시장을 나간다고 가정한다면, 당장 당내 경선이 만만치 않다.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대외행사부터 방송까지, 벌써 행보를 보인다. 굉장히 여유로운데.

만만치 않죠. 만만치 않아요. 근데, 아 뭐 내가 나간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가 있나요. 지금 시장 나온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서 한다고, 뭐가 변하나요?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가 있는데.

Q. 그래서 '친문' 프레임이 또 작동하는 것 같다.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을 고리로 '친문'에 지지를 호소하는 모양새인데.

우리 지지자들은 그 사람의 과거를 다 압니다. 지금 '내가 친문이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친문이 되는 건가요? 우리 지지자들은 그동안 누가 가장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일관되게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왔는지 분명히 압니다. 저도 제가 친문이라고 해본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Q. 또, 가정이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한다고 한다면. 자신의 최고 강점은

방송에서 보면 절 70억분의 1의 사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게 뭔지 아세요? 정봉주가 70억 인구 중에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 리더는 민원 해결사에요. 민원을 내 일처럼 느끼고 해결해주는 사람이죠. 거기에 그 민원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 먹거리까지 해결해주는 민원 해결사가 될 수 있어요.

또, 겉으론 내 욕하면 나도 '우쒸'하는데 뒤로 가선 그렇게 얘기를 잘 듣습니다.(웃음) 캠프 사람들이 '정봉주는 우리가 하는 얘기는 듣습니다' 이래요. 귀가 그만큼 열려있다는 거죠. 이 부분에서 아파하는 의원들 많을걸요? 사실 의원들이 남의 얘기를 잘 안 듣고 실제로 그런데 저는 귀가 열려있어요. 남들이 지적하는 부분, 제대로 듣고 고치려고 하죠.

안중근 의사를 롤모델로 삼은 정봉주 전 의원은 그의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몸에 새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보여주는 모습./조아라 기자
안중근 의사를 롤모델로 삼은 정봉주 전 의원은 그의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몸에 새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보여주는 모습./조아라 기자

Q. 정치권의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롤모델이 있다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좀 닮고 싶어요. 근데 그분은 켱쾌할 때는 경쾌하고 진중할 때는 진중하거든요. 저도 그래요. 근데 저더러는 '가볍다'고 하니까…. 이게 무슨 사대주읩니까. 하하. 3분 이내 청중을 미소짓게 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진중하고도, 유쾌하고 경쾌한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국내에선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을 몸에 새기고 싶어요. 가슴엔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을, 등엔 글을 새겨서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보여드리려구요. 하하.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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