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MB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은 속도를 내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난 MB가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은 알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은 몰랐다. 전 한 30년은 걸려야 의혹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
"서울시장은 文정책 일체감 주는 사람이 돼야"
[더팩트|여의도=조아라 기자]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로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MB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은 속도를 내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난 MB가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은 알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은 몰랐다. 전 한 30년은 걸려야 의혹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BBK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이번 검찰 수사로 이 전 대통령은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중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인 증거)이 도처에 널려있다.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과 특활비 상납 문제 등 세가지 축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며 "이쯤되면 (형량이) 25년"이라고 말했다.
'MB 저격수'로 옥고까지 치른 그는 작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됐다. 특히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정 전 의원이 포함돼 박탈된 피선거권이 회복된 만큼,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전 의원은 이같은 '역할론' 제기에 대해 솔직했다. 그는 "처음에 다소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이례적인 일이니까"라고 인정했다. 이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신중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를 원해서 나를 복권시켜줬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안좋을 것 같다"며 "정치인으로서 사면복권된 것을 받아들이고 이 정부에 기여하는 역할을 차분하게 고민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그 고민은 끝나셨느냐"는 <더팩트>의 질문엔 "답을 거의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얻고 캠프를 꾸렸다고 답했다. 다음은 <더팩트>가 지난 10일 여의도 모처의 한 카페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정 전 의원과 만나 나눈 1문 1답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BBK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이번 검찰 수사로 이 전 대통령은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중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임세준 기자 |
Q. 최근 검찰의 영포빌딩 압수수색 이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욱 가까워진 듯하다. 늘 '의혹'만 있었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마지막일까. 'MB 저격수'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MB 수사와 관련해 세 개의 축이 있다. 일단 가장 처음에 '트리거' 역할을 했던 게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스위스에 숨겨두고 다스로 넘어온 140억 원이 청와대와 LH총영사, 다스 관계자 등이 관여했다는 것인데, 이게 만약 청와대가 관여돼 있었다고 하면 직권남용으로 걸리게 된다. 이게 한 축으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08년 정호영 특검이 경리 여직원의 개인 횡령으로 덮었던 120억 원에 대해 더 많은 비자금이 나왔다는 걸 (검찰이) 조사 중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특활비 유용문제 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게 뭐였느냐면 특활비 쪽이었다. 특활비 상납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하고 구도도 비슷하고, 국민 정서법을 정확히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영포빌딩 지하 2층을 압수수색하면서 나온 증거들로 특활비가 5억5000만 원에서 더 큰 액수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 김백준 전 청와대 정책기획관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나온다. 또 특활비 상납에 대해서 MB의 직접 지시를 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이는 국고손실이고 뇌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뇌물로 걸리면 (형이) 1억 이상이면 10년 이상이다. 근데 5억5000만 원 외에 더 있다는 거니까…(형이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본다).
"여기에 다스가 김경준 씨로부터 140억 원을 돌려받는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해줬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MB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다스 소송을 대리하던 미국 대형 로펌인 ‘에이킨 검프’와 다스 측을 수임을 주선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당시 김 전 총무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법정대리인이었다. 그리고 그 소용비용을 삼성이 댔다고 한다. 삼성이 그냥 비용을 댔을리는 없는거 아닌가. 그럼 삼성은 왜 (소송비용) 40억을 대줬을까. 다스는 누구의 소유이길래. 그 뇌물(40억)을 받은 사람은 다스의 실소유자가 된다. 다스의 실소유자는 MB인 거고. 삼성이 뇌물을 쓴 것도 결국 MB가 된다'
'다스 비자금 조성이 120억 원으로 알려졌고 내부제보도 그렇게 들어왔는데 문제는 120억 비자금 조성의 공소시효가 끝난다는 거였다. 그런데 2008년 이후에 조성된 비자금 조성 혹은 횡령, 이 부분이 다 묶이면서 포괄 죄로 공소시효가 15년이 되는 거거든. 그러니까 이 액수 때문에 결국은 120억 원도 액수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도 늘어나서 다스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전체 범죄의 규모와 액수도 늘어났다.
(또, 다스 직원 120억 원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돈을 인출할 때 필요한 인감을 줬으므로 공범 대열에 들어가는 것이다. 50억 원 이상 횡령할 경우 2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을 받을 텐데 죄를 벗으려면 실소유주를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했다.
Q. 총 형량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어디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까. BBK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장본인으로서 이렇게 수사가 빨리 진행될 줄 예상했는지, 감회는 어떤가.
스모킹 건이 도처에 널려있다. 어느 게 중하고 어느게 덜 중요한 게 아니라 사방에서 나오는 정황들이 형을 무겁게 할 것이다. 국고손실에 뇌물혐의, 횡령도 또 그냥 횡령이 아니라 액수가 크기 때문에 10년 이상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한 25년 형이 나오는 것이다. MB는 이 세 축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난 원래 MB가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은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은 몰랐다. 전 30년 정도 걸릴 줄 알았다. 촛불이 그만큼 무섭다. 그런 생각을 했다.
한때는 정말 슬펐다. 왜냐면 감옥 갔다 나와서 제가 일이 안 풀리고 정치적 피선거권도 없이…. 물론 <전국구>라는 팟캐스트는 하고 있었지만, 문득문득 혼자 술 먹고 앉아서 생각해보면 '참 우리 사회에 정의는 없구나' 그리고 정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려고 살았던 게 후회가 되기도 했다.
특히 촛불을 들기 전에. 2014~2015년에 특히 그랬다. 세월호 때문에 너무너무 슬프고 가족들이 함께 뛰어다니며 활동을 하는데, 해결될 일이 요원했다. 그래서 세상의 정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촛불이 일어났고, 정권교체가 되고. 늦었지만 MB에 대한 수사도 되는 모습을 보면 '정의는 결국 이긴다'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게 맞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첫 정치인 사면복권에 대해 "처음에 다소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이례적인 일이니까"라고 인정했다. 이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신중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를 원해서 나를 복권시켜줬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안좋을 것 같다"며 "정치인으로서 사면복권된 것을 받아들이고 이 정부에 기여하는 역할을 차분하게 고민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임세준 기자 |
Q.문재인 정부의 첫 사면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특히 유일한 정치인 사면으로 복권도 됐다. 복권에 대한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복권) 시점이 빨리 왔고, 나 혼자 (사면을) 해준 게 사실 부담스러웠다. 당혹스러웠다. 처음엔 다소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이례적인 일이었으니까.
Q. 그래서 정 전 의원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나도 그렇게 느껴졌었다. 처음에 (사면 발표 이후) 언론에서 나를 정치인으로 주목을 해주고 그러니까 행복했다. 다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다시 제 분야로 뛰어든다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신중해진다.
이제 대통령이 뭔가 원해서 나를 복권시켜줬다, 이런 얘기를 하는건 안좋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복권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정치인으로서 이 정부에 기여할 수 있는 내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다.
Q. 그래서 고민 끝에 답은 찾으셨는지.
거의 찾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 차리고 캠프를 꾸렸다.
Q. 모두가 서울시장 출마를 예측하고 있는데. 실제 그런가.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당과 상의를 해봐야하고, 내 결심은 있지만, 시간을 더 두고 고민을 해야한다.
Q. 서울시장을 고려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중 본인의 성향에 더 맞는 것은.
국회의원은 정책으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다. 행정부를 잘 견제하고 지적하는 데에서, 이런 부분에서 국민적인 피드백이 오면 보람을 느낀다. 나는 17대 국회에서 내 몸이 부서져라고 의정활동을 했다. 초선 4년만에 다선 의원의 삶을 걸었던 것 같다. 특검법, 사립학교법 내 몸 던져 가장 앞에 섰었다. 의원으로서의 역할은 그때 대부분 다 한것 같다.
반면 단체장은 본인이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서 평가까지 받는다. 피드백이 상당히 빨리 온다. 내 성향에 더 적합하다. 나는 늘 에너지와 영정이 넘치는 변화무쌍한 사람이다. 그리고 귀가 열려있다. 남의 비판, 앞에서는 쌍욕을 해도 뒤에가선 다 마음에 새긴다. 그만큼 피드백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서울시장이 필요한 지를 묻는 질문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곧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는 정권 재창출에 있다. 서울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일체감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임세준 기자 |
Q. 서울시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서울시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난 7년간 뭐했나. 물론 잘했다. 한 3년간은. 그런데 서울은 미래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4년을 더 간다? 그건 현 박원순 시장이 아니더라도 그 질문에 대해선 물음표를 찍어봐야 한다. 지금은 판을 바꿀 때다. 태풍도 오는 이유가 있다. 태풍이 땅을 위아래로 뒤집어놓으면 새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거 아니겠나. 지금은 미풍이 아니라 태풍이 서울을 뒤집어 놓을때다.
개인적으론 서울시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나뉘어져 있지만 모두가 함께 상생하는 '한 도시 이야기'를 써야 한다. 축구선수 11명 중 3명만 잘 뛰면 뭐하나. 8명이 영양실조인데. 무조건 집 많이 짓는 투기성 난개발은 지양하고 거주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개발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또 이제 남북이 평화모드가 조성이 되는데, 서울은 남북평화를 완성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평화는 경제다. 그 길로 가는 가장 최전방 기지로 서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돌파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정부는 총론을 얘기한다. 집행하는 지방정부들은 정부에 힘을 보태서 세게 밀어줘서 집행할 힘을 높여줘야 한다. 그런데 (단체장이) 자기네 사업만 진행하겠다고 하면, 그 추진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곧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는 정권 재창출에 있다. 서울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일체감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