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정은 동생 김여정의 2박3일 방남…의미와 과제는?
입력: 2018.02.12 00:00 / 수정: 2018.02.12 08:36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11일 저녁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여정 부부장은 방남 기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평양으로 초청했다. 사진은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진부역에 도착했을 당시. /평창=이덕인 기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11일 저녁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여정 부부장은 방남 기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평양으로 초청했다. 사진은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진부역에 도착했을 당시. /평창=이덕인 기자

김여정, 2박3일 간 文대통령과 4번 만나… 재차 "평앙에서 보자" 강조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박 3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갔다. 김여정의 방남은 우리에게 있어 어떤 의미와 과제들을 남겼을까.

지난 9일 김여정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한에선 소위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김일성의 직계가족이 한반도에 첫 발을 내딛는 큰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던 김 위원장이 대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선언하고, 자신의 여동생을 직접 보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여정은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4차례나 공개적으로 만났다. 첫 만남은 지난 9일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였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여정은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두 번째 만남은 청와대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함과 동시에 구두로 '김 위원장(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평양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세 번째 만남은 같은 날 저녁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김여정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마지막으로 김여정은 문 대통령과 함께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을 함께 봤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 바로 오른쪽에 앉았고, 두 사람은 수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여정은 이 자리에서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또, 국립극장 인근 반얀트리 호텔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고위급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은 지난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북한 김영남 김여정이 선수단을 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 /평창=임영무 기자
사진은 지난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북한 김영남 김여정이 선수단을 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 /평창=임영무 기자

김여정은 임 실장의 건배사 요청에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 못했고,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더라"며 "하나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타고왔던 참매-2호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여정은 일정을 꽉채워 문 대통령 및 고위급 대표들을 만났다. 그리고 여러 말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단연 '평양'일 것으로 평가된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 및 고위급 대표들을 향해 거듭 "평양에서 보자"고 했다.

김정은의 특사로 온 것인 만큼 김여정의 이 말은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추후 남북은 공식적으로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도 언급한 '여건'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란 여러가지를 포함한다. 국제사회의 협조는 물론이고 국내 정치상황도 그렇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일행이 10일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마련된 통일부 장관 주재 남북고위급만찬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일행이 10일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마련된 '통일부 장관 주재 남북고위급만찬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김여정의 방문은 대내외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이미지를 단단히 심었지만, 분명 반발도 크다. 문 대통령이 추후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선 대내외적으로 '여건'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도 이런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 관련 설명자료'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환영하고 있으나 국내외에서 비판과 우려의 시각도 상당 부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다양한 우려와 지적을 겸허한 자세로 수렴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토대로 대북제재 국제공조도 충실하게 이행하되 평화적 해결 입장 역시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기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후 박수를 치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기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후 박수를 치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통일부는 또,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에 대해서도 "남북대화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북한의 대통령 방북 초청과 관련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기 위해 남북 간에 협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김여정의 방문에 대한 국내 각 정당의 평가는 상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여정의 방남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의 방북 초청 뜻 전달,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 그리고 미국 백악관의 긴밀한 한미공조 발언과 같은 ‘연이은 대화를 통한 평화 무드’로 평창올림픽은 명실상부한 평화 올림픽으로 올라섰다"며 "김 제1부부장의 방한은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써 위상을 탄탄히 다지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완화와 의미 있는 남북 평화 교류의 가능성을 한 발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극찬이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악평을 쏟아냈다. 그는 "김여정의 방한은 평양올림픽의 상징적 행사였다. 개막식의 모든 시선을 빼앗아 가 버렸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언론에서 추적취재까지 하는 기현상을 만들었다"며 "미국 부통령을 변방의 손님으로 밀어 내었고, 문재인 정권이 그토록 원하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선물을 남긴 한편 전 세계를 향한 체제선전과 한미갈등 유발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조여 오는 제재와 압박을 무력화 시키는 실리를 챙겨갔다"고 지적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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