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합당 어렵네"…국민-바른 통합신당, 첫단추부터 삐끗
입력: 2018.02.08 05:00 / 수정: 2018.02.08 05:00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이 첫 단추를 꿰기도 전부터 체면을 구겼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양 당 청년당원과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양당을 상징하는 녹색과 하늘색 목도리를 바꿔 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이 첫 단추를 꿰기도 전부터 체면을 구겼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양 당 청년당원과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양당을 상징하는 녹색과 하늘색 목도리를 바꿔 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당명 '미래당' 원천 재검토…이용호·원희룡 탈당 조짐도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이 첫 단추를 꿰기도 전부터 체면을 구겼다. 어렵사리 정한 당명을 쓰지 못하게 됐을 뿐더러 양당 소속 구성원들이 탈당 조짐을 보이면서다.

양당은 7일 통합신당의 당명으로 정한 '미래당'을 쓸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명을 포기해야 했다. 당초 양당 통합추진위원회는 이날 확대회의에서 신당의 CI(당 이미지)와 로고 등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당명부터 다시 재검토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원외정당 '우리미래'와 국민의당이 각각 정당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사안을 논의한 결과, 우리미래의 약칭 등록을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원외정당인 '우리미래'는 선관위에 당의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을 5일 냈다. 같은 날 국민의당도 선관위에 미래당 당명 신청을 하면서 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선관위는 "약칭이라는 어휘의 통상적인 용법과 가능한 의미, 사회 전반의 관습과 등록 정당의 전례, 일반의 법 상식 등에 기초하여 볼 때, 국민의당이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약칭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우리미래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 제3차 확대회의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공동 통합추진위원장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문병희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 제3차 확대회의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공동 통합추진위원장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문병희 기자

양당은 일단 "결정을 수용한다"며 한 발 물러났다. 양당 통합추진위원회 소속 신용현·유의동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년들과 당명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 청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자는 게 양당 의견"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기 내 통추위 논의를 거쳐 후속당명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당혹스러움이 읽힌다. 유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관위에서 유사당명 문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 이 일을 진행했다"며 "우리미래에서 약칭으로 미래당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미래에서 (창당 후) 일년간 약칭을 쓰지 않다가 이번에 등록한 것"이라며 "하필 또 국민의당 당직자에서 최근 민주평화당으로 가신 J씨가 (우리미래에) 약칭 등록을 제안했다고 한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미래당'은 여럿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 이름에 '미래'가 들어갈 정도로 당명 결정에 안 대표의 의중이 미쳤다는 분석이 일면서 양당간의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아울러 당명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한 '바른국민'이 전문가 그룹이 내놓은 '미래당'에 밀리면서 "이럴거면 공모는 왜 했느냐"는 빈축을 샀었다.

이밖에도 "빵집 이름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미래연합을 떠올리게 한다"는 등의 평가를 받고도 당명을 고집했지만 끝내 쓸 수 없게 되자 당 내에서 힘이 빠진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양당 통합추진위원회는 급히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새 당명 선정 절차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 '바른미래당'을 새로운 당명으로 확정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더팩트 DB
원희룡 제주도지사./더팩트 DB

아울러 각 당의 소속 의원들이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안팎으로 더욱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시작도 전에 마이너스가 되면서 통합의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중도파로 분류돼 오던 손금주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기로 했다. 국민의당에선 손 의원이 안 대표 체제에서 그동안 수석 대변인을 맡아 와 막판 합류를 내심 기대했지만 결국 탈당계를 제출했다. 또 다른 중도파인 이용호 의원도 통합신당에 가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창당대회가 열리기 전 입장문을 내고 탈당할 것으로 안다"며 민평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낮다"고 단언했다.

바른정당에서도 이상기후가 감지되고 있다. 전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탈당 이후에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자세하게 설명할 상황은 아니다"며 사실상 잔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방선거 출마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당적으로 출마해도 현재로선 승산이 있다고 나오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에 정계개편이 될 텐데, 그 이후 본인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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