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 文대통령의 '평창 구상'
입력: 2018.02.04 05:00 / 수정: 2018.02.04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강경한 대북 제재 입장을 고수했으며, 북한 역시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나설 뜻이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병희 기자, 청와대, 북한 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강경한 대북 제재 입장을 고수했으며, 북한 역시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나설 뜻이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병희 기자, 청와대, 북한 노동신문

트럼프, 연두교서에서 "북한 핵무기, 곧 본토 위협할 수 있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2년차 문재인 대통령의 명운을 가를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성공 여부에 따라 '한반도 평화 구상'의 동력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놓고 대립 중인 북한과 미국 사이에 균형자로서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있다. 평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평창 구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 실현 여건은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대북 정책의 방점을 '압박'에 뒀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가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과거 행정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현실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제재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즉,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미국대사 지명 철회 소식까지 알려졌다. 차 석좌는 미 백악관의 대북 선제 공격 구상인 '코피(bloody nose) 전략'에 반대하자 낙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과거 행정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게티이미지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과거 행정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게티이미지 제공

대북 강경파(매파)인 차 석좌마저 배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훨씬 강경한 대북 접근법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빅터 차 내정 철회'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인사권 문제라 청와대가 말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2일 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 4주 전만 해도 많은 국가가 평창올림픽 참가를 두려워하면서 참가 취소를 검토했으나 지금은 참가에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올림픽의 성공과 안전을 기원하며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되고 원칙적인 한반도 정책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 등 평화 올림픽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와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예술단 선발대로 방남할 때 돌연 취소했다가 다시 파견했고, 29일 밤 금강산에서 갖기로 한 남북공동문화행사를 일장적으로 취소하면서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은 그대로 추진했다.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 참가와 별개로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나가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보수 야당 등을 중심으로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평양 올림픽'이란 프레임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에 공세를 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지난번 현송월 여성 한 명이 내려와서 대한민국을 다 휘젓고 다니도록 하는 뒷바라지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 뒷바라지 약속도 일방적으로 걷어차이는 문재인 정부의 평창동계올림픽은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건지 우리 국민들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평창 구상'에 올인하며, 남북대화와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해야 할 문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럴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최대 고비는 오는 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에 맞춰 이뤄질 열병식으로 꼽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 진행되는 행사다.

평창올림픽 개막은 오는 9일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은 최근 보수야당 등 정치권과 국민 등에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문 대통령은 참모진들의 만류에도 검찰의 수사로 대립각을 세운 대회를 유치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평창 올림픽에 초청하며 성공적 개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오는 25일 폐막과 동시에 성적표를 받아든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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